이미지 속에서 살아가기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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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11/14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이미지 속에서 살아가기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면,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보다도 먼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2045년의 미래 세계를 관객에게 소개하면서 『블레이드 러너』의 도입부를 이중으로 비튼다. 마치 광활한 잿빛 도시처럼 보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비행 자동차 대신 조그만 드론을 따라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것은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거대한 슬럼으로 밝혀진다. 

피자 배달 드론이 붕붕거리며 컨테이너 사이를 날아다니는 가운데, 창문 너머로 얼핏 보이는 슬럼의 주민들은 가상현실 기어를 쓰고 각자의 가상적 삶에 열중하고 있다. 주인공은 제대로 된 계단도 없는 컨테이너 건물을 시큰둥하게 내려간다. 하지만 그가 폐차된 자동차 안에 꾸며 놓은 자신의 아지트에 들어가서 가상현실 시스템 ‘오아시스’에 접속하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행성들로 이루어진 가상 우주를 날렵한 우주선들이 가로지르고, 그에 뒤따라 온갖 스타일과 온갖 장르의 게임 세계들이 맹렬한 속도와 밀도로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여기는 『블레이드 러너』의 꿈이 실현된 디스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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