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in 고전] ‘아버지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착한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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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문학 속 한 장면] 루이자 메이 올콧 作, <작은 아씨들> ①

모임 책 선정이 가장 어려웠던 작품

개인적인 얘기로 서두를 열자면, <작은 아씨들>은 10년 동안 독서모임을 하면서 선정 여부를 두고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다. 책 선정 기준은 작품성, 새로움, 화제성, 인지도, 주제적 연관성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마지막에 (재미 삼아) 검토하는 기준 중 하나가 ‘지하철에서 읽고 다닐 수 있는가’다.

실제로 이 기준 때문에 탈락한 경우는 없지만 제목이나(<피로 물든 방>, <미친 사랑>) 표지 그림 탓에(<채털리 부인의 연인>, <어젯밤>; 표지에 나체의 여성이 그려져 있다) ‘지하철에서 읽긴 곤란하겠구나’ 생각한 적은 있다. <작은 아씨들>도 ‘지하철 기준’에서 턱 막혔다. 다 큰 어른이 아기자기한 표지의 <작은 아씨들>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모습은 좀 이상할 것 같았다. 우선 나부터가 <작은 아씨들>을 지하철에서 읽을 용기는 없었다. 사실 문학 읽기는 지적 허영의 표지이기도 한데―내가 이렇게 ‘명성이 드높은’, ‘수준 높은’ 책을 읽는다―<작은 아씨들>은 그런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이 아니다.

<작은 아씨들>, 어른이 되어서도 읽을 만한 책인가

‘무엇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가’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말은 처음부터 걸작으로 태어난 작품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학의 연구, 문예지의 비평, 언론의 상찬, 동료작가들의 언급, 출판시장의 이해 그리고 개별 독자의 리뷰까지 여러 방면에서의 평가와 호응이 한 작품을 지탱해주어야 세계문학의 ‘걸작’, ‘명작’의 지위가 성립되고 유지된다.

가령 미국문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모비 딕>1851은 ‘낯설고 이상한 작품’ 취급을 받다가 1920년대에 들어서야 가치를 인정받았다. 작품의 진가가 드러나기까지 70년이 걸린 것이다. 

<작은 아씨들>은 어떨까? 이 작품은 독자와 비평가들의 재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인가? 2020년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원작이 소환되긴 했지만, 원작 자체가 진지한 읽을거리로 자리매김 되진 못한 듯하다. 영화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원작을 읽을 필요를 강조한 기사나 리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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