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성경 단편소설 (3) "홍수가 지나간 후" (창세기 8:1-19)

정우조
정우조 · 성서(성경) 이야기 하는 사람.
2023/09/16
노아는 비둘기가 반갑지 않았다. 내심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선 땅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다. 뭍이 드러난 세상을 먼훗날의 누군가는 '새 창조의 세계' 운운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표면을 덮고 있던 저 시커먼 피바다가 물러난 직후에 자신이 마주하게 될 더 끔찍한 참상을, 노아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노아는 고개를 들어 슬프도록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불과 200여일 전 그는 그것에 균열들이 생기고, 곧이어 궁창 위의 물들이 쏟아지는 것을 목격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궁창 위에 존재하는 강'으로부터 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강이 아니라 바다였다. 하늘 위 바다가 땅으로 쏟아져내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종언이었다. 강림하는 하늘바다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던 이웃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노아는 잠시 몸서리를 쳤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눈에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방주를 건설하는 동안 산 위에서 그가 가장 자주 마주쳤던 건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탐욕스런 부모들이 아이들을 산 위로 내몰았다. 천상에서 내려왔던 타락천사들의 우두머리인 ‘세미아자’나 ‘아자젤’이 다시 와서 아이들에게 신비한 지식들을 전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저 위대한 인간사냥꾼 ‘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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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지금 우리가 갈라디아서를 읽는 이유』 (두란노) 성서학과 성서해석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부산에 소재한 광야교회의 목사로 사는 사람이다. 성서(성경) 이야기들에 시덥잖은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을 쓰는 게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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