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이래 입을 막는 방법 – 최우부터 류희림까지
2024/01/16
고려 시대 이래 입을 막는 방법 – 최우부터 류희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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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년의 천고마비의 계절, 몽골군은 압록강을 넘어 고려를 침공한다. 귀주성이나 자주성 등의 항전은 치열했으나 고려의 중앙군은 안북성 전투에서 궤멸됐고 몽골 장수 살리타이는 개경을 포위한다. 고려를 지배하던 최씨 정권의 2대 집권자 최우(최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최우로 통일)는 일단 화의를 맺긴 했으나 진심으로 항복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백성들이야 죽든 살든 문제가 아니었지만 몽골을 상전으로 모시게 되면 자기 권력이 무너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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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는 강화도 천도안을 들이민다. 수백년 터 잡고 살아온 수도에, 인구도 수십만이 되는 대도시를 버리고 고립된 섬으로 들어가 싸우자는 것이었다. 아무리 최우의 위세가 드높다고는 하지만 선뜻 찬성하는 사람들은 적었다. 조정 회의에서 대집성 같은 최우의 똘마니들은 열심히 천도를 떠들었지만 대개는 침묵의 반대 및 묵시적 거부였다. 그러자 최우는 비상 수단을 쓴다. 회의 장소를 자신의 사저로 바꿔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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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헌 이래 최씨 가문을 지키는 도방의 호위병들은 고려 최강의 무사들이었다. 그들이 창칼 번쩍이고 깃발 휘날리면서 대소신료들을 맞이했고 최우는 한껏 위엄 서린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우리 허심탄회하게 천도를 논의해 봅시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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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서는 반대론을 꺼내던 사람들도 말문이 막혔다. 애초 최고권력자가 회의 장소를 여기로 잡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이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도 눈치 없는 이가 멸종된 적은 없는 것이 이 나라의 종특. 참지정사 유승단이 반대의 기치를 들었다. “....성곽과 종묘사직을 버리고 섬에 숨어 엎드려 구차히 세일을 보내면서 장정들은 다 참살당하고 노약자는 포로로 끌려간다면 이게 어찌 나라를 위한 좋은 계책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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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정사는 종2품 고위직이다. 무신의 난의 원조인 정중부가 정변 직후 꿰찬 직함이다. 최우도 대...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