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었어 하노이] 3. 반미, 너어는 진짜…
2024/04/19
반미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대충 적당히 맛있으면 한번 먹고 말 텐데, 도에 지나치게 맛있는 게 문제다. 먹고 돌아서면 생각나고, 자려고 누우면 떠오른다. 생긴 건 딱 짤뚱한 바게트인데, 빵 껍질은 파사삭하면서 질기진 않고 속살은 탄력 있고 쫄깃하다. 왠지 살이 찌지 않을 것 같은(이건 착각입니다, 살 팍팍 찝니다) 요 가볍고 가뿐한 빵을 반으로 쓱쓱 갈라 온갖 맛있는 걸 잔뜩 집어넣어 샌드위치를 만들면, 촉촉하고 따끈하면서 고기 풍미가 진하게 풍기는 와중에 새콤달콤한 피클이 아삭아삭 씹힌다. 아니 이럴 수가. 소스는 또 왜 이렇게 입에 착착 붙는지, 아시아인의 심금을 뎅뎅 울리잖아… 라고 감탄하며 한 입 와앙, 두 입 와앙 하다 보면 어느새 끝. 얼른 또 먹고 싶다. 반미, 너어는 진짜 왜 이렇게 맛있고 난리인 거야. 일단 반미 만드는 모습부터 함께 보시죠.
그런데 실은, 반미 타령을 시작하기 전에 이야기해야 할 게 있다. 우선 bánh mì의 발음은 ‘반미’가 아니라 ‘바인미’에 가깝다. 그리고 바인미는 속 내용물을 넣지 않은 빵을 뜻하는 베트남어다. 우리가 생각하는 샌드위치 형태의 반미는 바인미 깹 bánh mì kẹp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봤자 이미 다들 으레 반미라고 부르고 쓰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무책임하네요).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고 온 사람들이 유난히 자주 하는 소리가 있다. 과일이 장난이 아니야, 수입한 건 그 맛이 절대 안 나, 망고도 파인애플도 바나나도 차원이 완전 달라… 백만 년 전쯤에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고선 이 소릴 하고 하고 또 하는 식이니 듣는 사람은 짜증 나겠다. 그렇지만 정말 다른 걸 어떡해. 실은 나도 그렇다(죄송합니다). 과일 타령에 더해, 반미 타령도 자주 한다. 말도 마, 베트남 반미는 완전 다르다니까? 현지에서 먹어봐야 한다니까?
그러면 상대방은 사알짝 짜증을 내며 대꾸한다. 요즘은 한국에도 반미를 파는 곳이 많고, 솔직히 바게트샌드위치랑 뭐가 다른지도 잘 모르겠던데… 까지만 듣고서 말을 끊으며 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