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55] 나무들에게 안부를 묻다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4/04/18
이 봄에 나는 어느 잃어버린 말을 찾고 싶다 
어느 누구에게 못한 말을 다른 누구에게 하려는 것처럼 
일인칭의 어느 말을 누군가에게 하려는 것이다. 
매화에게 못한 말을 목련에게 
목련에게 못한 말을 산수유에게 
산수유에게 못한 말을 산벚나무에게 
앵두나무, 생강나무, 복숭아꽃, 살구나무에게 
이 봄에 나는 누군가에게 헤야 할 사랑의 고백을 
누군가에게 고백해야 한다 
(김승희 시 ‘미선나무에게’ 부분 인용) 

세월호 10주기인 4월 16일 아침에 친구가 보내준 시 ‘미선나무에게’를 읽었습니다. ‘당신에게 못한 일인칭의 사랑의 말을 / 오늘 나는 또 누군가에게 꼭 해야 한다’는 시인의 말을 듣고 온종일 마음에 품고 지냈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슬픔과 죄책감을 지니고 10년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시는 가만가만 위로를 건넵니다. 

샛강숲에서도 작고 하얀 꽃을 조용히 피우고 거두던 미선나무들을 생각합니다. 시인은 다른 나무도 아니고 미선나무를 호명하고 있네요. 작고 여린 듯해도 존귀하게 서 있는 존재여서 그럴까요.
(여의도 윤중로 벚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언제 꽃이 피었냐는 듯이, 윤중로 벚나무들의 화양연화는 사라졌습니다. 꽃그늘 아래서 웃고 떠들고 손을 잡았던 무수한 사람들도 어디론가 떠났군요. 지난 일요일에는 샛강센터에 홍콩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 두 분이 찾아왔습니다. 체리 블라썸, 어디에 있나요? 그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체리 블라썸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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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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