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와 부부관계다. 그런데 A가 J를 사랑하게 됐다. 혼인의 맹서는 깨졌다. 배우자 B는 배신당했다. B에게는 응보의 칼자루가 쥐어진다. 자신의 행복을 뒤로하고, 배신한 배우자의 불행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그렇게 불행한 결혼 관계는 계속된다. 우리 법은 그 고통스런 결혼을 지지한다.

배신에 맞서기 위해 불관용으로 맞서는 것은 그냥 관용의 자살일 뿐이다. 누가. 좋으면.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면. 된다. 그 사랑은 너무 복잡해서 타인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법은 천가지의 이유가 있는 사랑보다 결혼이라는 한가지 제도를 강제한다. 

이른바 유책주의다. 우리 법은 A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을 경우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다. A가 아무리 파탄의 책임을 지려고 해도 B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렵다. 이미 깨져버린 결혼은 이렇게 계속된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은 모두 파탄주의다. 깨진 결혼을 굳이 법이 지키려 하지 않는다. 

결혼은 우리 삶의 중요한 약속이다.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이집트 왕비처럼 왕이 죽으면 함께 순장되는 책임은 어떤가? 우리도 불과 100여년 전까지 남편이 죽어도 정절을 지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