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사 - 드라마 <퀸스갬빗>과 美蘇 체스전쟁

체스에서 ‘퀸스 갬빗Queen’s Gambit’은 첫수를 두는 방식 중 하나다. ‘갬빗’은 미끼를 던져서 자신의 수를 버는 것을 말하는데, ‘퀸스 갬빗’은 퀸 열에 있는 폰pawn을 먼저 움직여서 상대에게 일부러 빼앗기려는 전략이다. 폰을 희생함으로써 뒤쪽의 기물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중앙의 공격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노련한 체스 선수라면 이런 전략을 간파해 휘말리지 않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인다. ‘퀸스 갬빗’이 드라마의 제목이 된 이유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다. 하먼은 체스 대국에서 뻔한 수를 두지 않고, 상대편을 무자비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겪어야 했던 쓰디쓴 상실의 트라우마에 여러 차례 넘어지고 처절하게 좌절한다. 그리고 그는 아픔을 딛고 일어나 여왕이 된다. ‘여왕의 도박’은 결국 성공한 것이다. 

〈퀸스 갬빗〉은 1983년 미국에서 출간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체스 게임을 매우 상세히 묘사한 것이 특징으로, 작가 월터 테비스Walter Stone Tevis 자신이 체스광이자 C급 선수였다고 한다. 테비스는 1984년 56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총 여섯 편의 소설을 썼는데 그중 네 편《지구에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1976년 영화화), 《허슬러The Hustler》(1961년 영화화), 《컬러 오브 머니Color of Money》(1986년 영화화), 《퀸스 갬빗Queen’s Gambit》(2020년 드라마화)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테비스는 소설 《퀸스 갬빗》을 출간한 후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이 책이 명석한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a tribute to brainy women)라고 생각한다. 나는 베스가 용감하고 지적이어서 좋다. 과거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두뇌를 감춰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이슈다. 하먼의 생모는 코넬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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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와 통신사에서 오래 일했으며, 지금은 국제문제를 주로 다루는 프리랜서 언론인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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