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대왕의 MBTI는 무엇일까?
2023/11/26
광화문 거리를 걸어본 적 있으신가요? 당당하게 곧추서서 광화문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순신 동상을 넘어 한 뼘만 내딛으면 바로 그를 만나실 수 있지요. 한 손으로는 책을 펴 들고 다른 한 손은 모두를 환영한다는 듯이 앞으로 쭉 뻗은 채 늠름하게 앉아 있습니다. 온화하고 인자한 그의 얼굴은 아마 많은 이들이 상상해 온 모습에 부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종대왕', 반듯한 필치의 한글로 크고 크게 써 있습니다. 그 밑에는 그가 살았던 시절 백성의 일상을 훤히 밝혀 주었을 해시계가 놓여 있지요.
조금만 더 걸어가 보기로 합시다. 최근 광화문 월대가 복원되었습니다. 세종대왕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처럼 이곳에서 만천하 만백성에게 훈민정음의 존재를 알렸을까요? 어디에서였든 적지 않은 세월을 바쳐 만들어 온 새 글자를 처음 세상에 내보이는 순간,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벅차고, 또 벅차지 않았을까요?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을 지나, 중간문 흥례문을 또 지납니다. 그러면 2층 건물이 매력적인 근정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시절엔 이 건물이 오늘날 잠실 롯데타워에 버금가는 고층 건물이었을 테죠. 하지만 목적지는 이곳이 아닙니다. 좌측으로 좀 더 걸어가 봅시다. 아마 경복궁에 몇 번 와 보신 분들은 '경회루에 가는 길이구나.'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경회루가 아닌 수정전입니다. 경회루 앞을 턱 가로막고 있는 작고 쓸쓸한 건물이지요. 세심하게 보지 않는다면 아마 그 존재조차 눈치채기 어려우실 겁니다.
수정전, 고종 4년(1867)에 복원되었다. 출처: 문화재청
"신하들 가운데서 재주가 있고 행실이 바르고 나이가 젊은 사람들을 따로 뽑아 이곳에서 학문을 연구하게 할 것이다." 조선의 공부벌레 중에서도 '원 오브 더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왕, 그가 직접 한 말입니다. 눈치채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수정전이 있는 이 자리에는 본래 세종이 야심 차게 만들었던 학술 기관, '집현전'이 있었습니다. '어질고 현명한 이...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했습니다.
전시 큐레이터를 거쳐 지금은 교육계 기업에서 역사 교과서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가닿을 수 있는 F력 넘치는 역사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