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8
나는 수업에서 반말한다.
그리고, 학생들도 나에게 반말한다.
새로운 것 투성인 학교에서의 첫 학기를 정신없이 마무리 지어가던 어느 겨울, 학내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을 목격했다. 자신과 주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 절대 적지 않은 숫자의 숭고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제안하는 수업을 운영하는 교실 안의 내가, 정작 교실 밖에서는 갖은 핑계로 한 발 떨어져 관망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그날 나는 정말 내가 저들의 선생이 맞는지, 그런 타이틀을 달고 앞에 설 자격이 있는지 고심했다.
이어진 다음 주의 수업을 마치기 전, 이전 주의 저녁에 대한 감상을 표하던 중, 내가 선생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대들이 나를 더 많이 가르쳐주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나는 나도 모르게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다. 마침 얼마 전 접하게 된 새로운 시도가 불쑥 떠오른 것이다.
이번 학기, 이제 한 주밖에 남지 않은 수업이지만, 종강 날만이라도 교실 안에서 나를 포함한 우리가 모두 모두에게, 서로서로 상호 반말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마침 종강 날 주제는 우리가 속한 이 공간을 더욱 평등하게 해줄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이니만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똥군기가 횡행하던 이 공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때라면서.
“안녕, 혜민”
나는 ‘안녕’이 그렇게나 근사한 말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친구를 시작으로 수업에 온 모두가 잠깐의 쑥스러움을 ...
각 입장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연구자, 존중의 공간을 만드는 선생을 목표로 반 페미니즘 백래시, 여성 청년, 교차성, 이주, 페다고지를 탐색한다.
도서 <벨 훅스 같이 읽기>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Unbekannte Vielf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