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라는 디아스포라, 민족주의와 절망의 공간(2)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7/21
강경애 <소금>

강경애의 <소금>(1934)에 나타난 만주, 민족주의, 그리고 절망 

강경애는 1932년에 간도 (만주)로 이주하게 되면서 이주조선인의 비극적인 상황을 표출할 목적을 가지게 되었다. 작품 중에서 거의 절반이 만주를 배경으로 한 것이며, 만주는 강경애에게 무척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강경애뿐만 아니라, 동시에 ‘만주’라는 지역은 피식민자(the colonized)로서 조선인에게 특별한 의의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만주는 식민지에 대한 저항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식민지주의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곳으로 보았다. 즉, 만주는 지역뿐만 아니라, 조선인의 저항과 자유에 대한 꿈을 상징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경애는 자기 소설에서 만주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만주가 ‘저항’이 가능한 곳이라고 믿어지 않았고, 실제로 그런 꿈의 나약함(fragility)과 거짓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만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사이의 모순을 가장 잘 표상한 작품은 바로 「소금」이다. 

강경애의 단편소설 「소금」은 1934년에 출판되었는데, ‘봉염 모(母)’ (혹은, ‘봉염 어머니’)라는 주인공의 비극적인 인생을 묘사한다. ‘봉염 모’는 가족과 만주로 이주해 남편과 자식을 잃고 중국 ‘팡둥’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등 이주여성으로서 몹시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만주에 있는 조선인들은 모두 힘들게 살고 있었지만 「소금」은 조선인 여성이 특히 고통스럽게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조선인으로서 일본인으로부터 차별과 억압을 겪었으며 여성으로서 조선 남성으로부터 차별과 억압도 받았다. 이 시기에는 조선 여성들은 ‘어머니’ 아니면 ‘아내’로서만 사회적인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소금」의 주인공이 가족을 다 잃고 나서, ‘과연 어떤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핵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상황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그의 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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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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