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고 계십니까?

김형찬
2023/05/01
근로자의 날 아침, 월요일인데도 부쩍 한가한 도로를 지나 출근을 했다. 아침루틴으로 명상과 참장을 마치고, 어항의 구피들에게 밥을 주고 난 후, 직원들이 오기 전에 진료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공간이 다시 숨을 쉬고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는 듯 하다. 잠깐 시간이 남아, 밖으로 새지 않게 작은 전등을 하나 켜고 차를 내린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밀도가 아주 높은 순간이다. 마치 무한히 흘러가는 시간의 한 점을 온전히 잡은 듯한 느낌이 든다. 
   
차를 마시며 ‘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잘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쉼을 의미하는 ‘휴休’자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거나 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모습을 의미한다. 나무에 기대거나 그늘을 찾아든 것에 휴식의 의미를 부여한 것을 보면, 일단 쉰다는 것은 하던 일을 멈춘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들에서 땀 흘려 일하다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모정이나 나무 그늘에서 잠시 앉거나 낮잠을 청하는 농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럼 하던 일을 멈추기만 하면 잘 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연휴만 되면 사람들이 몰리는 공항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은 평소 하던 일을 멈추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한다. 아무런 계획이나 떠남이 없이 적극적으로 가만히 있으면서 잘 차려 먹는 것에만 집중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쉴 때는 평소 못했던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은 존재하는 듯 하다.
   
우리는 왜 쉬려고 하는 걸까? ‘피곤하니까’란 대답이 맨 먼저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쉰다고 하면 일이나 관계를 멈추거나 최소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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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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