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었어 하노이] 5. 환상의 조합, 놈 스어와 반쎄오

신예희
신예희 인증된 계정 · 위인입니다
2024/04/30
지난 회 고수 이야기에 이어 하노이의 맛있는 쌀국수 이야길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날이 더워지길래 상큼하고 아삭아삭한 걸로 방향을 확 틀어보았다. 뜨끈한 쌀국수 이야기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여행 중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더 잘 챙겨 먹으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내 외식만 하게 되니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탄단지 밸런스가 와장창 깨져버리기 쉬워서다.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하루에도 두세 번씩 카페에 들르는 것도 문제다. 이왕 들어온 거, 이 집의 케이크를 매정하게 내칠 수는 없으니 자꾸만 몸속에 단 것이 쌓인다.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고요. 하여간 그렇게, 여행을 빙자한 주지육림에서 넋을 놓고 지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선 샐러드며 과일 같은 걸 주문하는 것이다. 지난 며칠간의 죄를 이걸로 어떻게 좀… 흑흑…
 
다행히 베트남에선 가만히 있어도 입안에 채소가 저절로 들어온다. 뭘 주문하든 으레 다양한 생채소를 함께 내어주니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이다. 애초에 대부분의 음식에 채소가 듬뿍 들어있기도 하고. 쌀국수에도, 반미 샌드위치에도, 반쎄오랑 분짜에도 채소와 향채 바구니는 기본으로 나온다. 여기에 더해 맛 좋은 놈 nộm까지 한 접시 주문하면 더할 나위 없지. 요건 말하자면 채소 무침 내지는 냉채인데, 북부(하노이)에선 놈이라 부르고 남부(호찌민)에선 고이 gỏi라고 한다. 이름만 다르지 같은 음식이다. 말하자면 겉절이와 재래기랄까. 
 
한편, 놈은 채소와 과일, 해산물, 고기 등을 달콤새콤하고 감칠맛 나는 드레싱으로 후루룩뚝딱 무치는 거라 샐러드와도 흡사하다. 실제로 구글에서 Vietnamese salad를 검색하면 다양한 놈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서양식 샐러드를 뜻하는 베트남어는 따로 있다. 쌀랏 sa lát. 프랑스어 salade에서 유래한 것이다(그놈의 식민 지배). 하여간 그래서 놈과 쌀랏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면, 공기에 담으면 밥이고 접시에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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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프리랜서. 글, 그림, 영상, 여행, 전시 작업에 관여합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운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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