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팔 것인가2-팔리는 것부터 팔자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5/08


3. 판매 난이도
공간적 보상도 금전적 보상도 매우 귀하고 아름답긴 하나, 나는 중고 장터에서 물건을 처음 팔거나 판 경험은 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빨리 팔리는 것’부터 팔기를 권하고 싶다. 게임도 시작부터 어려우면 그만두기 쉽듯이, 중고 물건 판매라는 일도 반응이 빨리 와야 이게 쉽게 잘 되는구나 싶어 보람도 느끼고 재미를 붙여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썼듯이 금방 팔리겠거니 생각하고 실컷 사진 찍어 올렸는데 암만 시간이 지나도 반응이 없으면, 혹은 찜하는 사람만 있고 문의는 없으면 재미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초조해지거나 짜증이 나기도 한다. 찜만 해놓고 사지 않는 잠재적 구매자들을 도둑놈의 심보라고 매도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작년부터 줄곧 기를 쓰고 잡다한 물건을 정리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괜히 이런 걸 사서 공간을 죽이다가 번거롭게 처리하게 되었다고 자책하기를 백 번도 더 한 것 같다.

이런 일이 드물면 좋겠지만, 어지간히 과감한 헐값 정리를 하지 않는 이상 안 팔릴 줄 알았던 물건이 빠르게 팔리는 경우보다는 팔릴 줄 알았던 물건이 도무지 팔리지 않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실내 자전거처럼 운반이 어렵거나 잘 쓰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은 물건, 오래 사용해서 수명을 알 수 없는 무선 이어폰처럼 위험부담이 높은 물건은 충격적일 정도로 안 팔린다. 그러니 거래 경험이 적고 처리할 게 많다면 위험부담이 적고 누군가 찾을 만한 물건부터 팔아서 정신건강도 보호하고 재미와 보람도 얻는 게 좋다.

매물의 위험부담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선 누군가가 쉽게 살만한 물건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자. 단순히 생각해 보면 누구나 호불호를 따지지 않고 이용할 물건이 바로 그런 물건일 것이다. 가령 휴지나 치약, 세제같은 생필품은 쓰다 말아서 안전성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쇼핑몰 최저가보다 조금만 싸도 누구나 살 만하다(중고 거래의 수고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이런 물건은 주문 수량 실수 등의 기묘한 사정으로 보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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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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