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반려할래요?

남함페
남함페 인증된 계정 · 페미니즘, 성평등, 남성성
2023/10/04
20화 <나랑 반려할래요?> by 정민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 편견과 왜곡, 위계와 대상화로 가득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 그 자리를 더 나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탐구로 채워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의 내부고발, 실제적인 경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이 글에는 인터넷 용어 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과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비판에 그 목적이 있으며,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려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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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정민
돌을 모으는 까닭

나는 돌을 모은다. 길에서 마주친 돌을, 모퉁이에 남겨진 돌을, 도로에서 튕겨나온 돌을 줍는다. 돌이야 길바닥 어디에나 널렸지만, 주의를 사로잡는 돌이 있다. 손바닥에 올려보고, 허공에 굴려보고, 꽉 쥐어보고, 표면을 살살 문질러본 다음에야 주머니에 넣을지 땅에 돌려 놓을지 판단한다. 눈보다 손이 중요하다. 피부에 닿기 전까지 돌을 안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게 된’ 돌은 집에 돌아와 불순물을 씻고, 솔질을 마친 뒤에 잘 말려 내가 머무는 공간 어딘가에 놓는다. 그렇게 집에 들인 돌이 열댓개쯤 된다. 이사할 때도 함께 왔다.

돌을 모으는 까닭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비가 많이 내린 어느날, 아무렇게나 핀 풀꽃들 사이에서 반쯤 파묻힌 옥색의 돌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흙에서 건져올려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습한 흙이 묻은 표면을 당장 닦아내기 어려워 곧장 집으로 갔다. 세면대에 돌이 잠길 수 있을 만큼의 물을 받았다. 돌을 씻겨본 건 처음이었다. 겉은 거칠었지만 안에 담긴 무게와 질감이 안정감을 주었다. 물 온도를 높이자 또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다 씻은 뒤 수건으로 닦고, 마른 헝겊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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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남성성’이라는 의제 중심 페미니즘 활동 단체입니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이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 실천하고자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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