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 사이(2) - 최은영, <쇼코의 미소>

윤지연 · 교사
2023/10/14
최은영, <쇼코의 미소>

나무와 나무 사이(2) - 최은영, <쇼코의 미소>

(2) “나무와 나무 사이” 

<쇼코의 미소>는 이런 질문에 대해, 그 ‘간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답하는 작품이다. 나무와 나무가 간격을 사이에 두고 숲을 이루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거리감이 필요하고 그래야 비로소 온전히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살펴보려면 우선 ‘쇼코’ 가 보내는 ‘편지’라는 매개체에 주목해야한다. ‘쇼코’는 귀국 후에도 열흘에 한 번씩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에게 각각 편지를 보내는데, 여기에는 ‘쇼코’가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상적이고 밝은 이야기부터 어둡고 우울한 내면까지, 모순되었지만 모두 진실된 것들이다. 그리고 ‘소유’의 할아버지 역시, ‘소유’를 비롯한 가족들에게는 하지 않은 병에 대한 이야기나 어릴 적 꿈에 대한 이야기를 ‘쇼코’에게 보내는 편지에 싣는다. 편지를 주고받는 이들의 성별이나 세대 차이도, 편지에 고백한 내용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살을 부딪치며 만날 필요가 없”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든가,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자주 보고 정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쇼코의 경우에는 달랐다. 자신의 삶으로 절대 침입할 수 없는 사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먼 곳에 있는 사람이어야 쇼코는 그를 친구라 부를 수 있었다. (17-18쪽) 

나는 쇼코의 가상 친구나 일기장 정도였는데. 쇼코는 그냥 그 일기장에 일기 쓰기를 그만둔 것뿐인 데, 일기장 주제에 쇼코의 삶에 개입하려 했다니. (23-24쪽)

‘소유’의 언급 중 자신이 쇼코의 “일기장”이었다는 표현이 가장 단적으로 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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