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모라는 이름

수미
2024/04/01
   
 순자 씨는 한식당에서 반찬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런 순자 씨를 사람들은 '찬모'라고 부른다. 순자 씨가 식당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조리대 위에 놓인 깨끗하게 손질된 채소 종류를 확인하는 일이다. 채소를 볶을지, 데쳐서 무칠지는 오롯이 순자 씨 판단으로 결정된다. 조리법과 조리 순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나면, 야무지게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손님들에게 밥상의 메인은 불고기와 된장찌개지만, 순자 씨의 세계에선 밑반찬이 메인이다.
 
 하루 2∼300명 손님이 넉넉하게 먹을 반찬을 만드는 일이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특히 알맞은 간을 맞추는 일이 어려웠다. 그래서 순자 씨에게 그 좋아하던 모닝커피는 옛말이 됐다. 입이 텁텁하면 간을 보기 어려워 오전에는 커피를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채솟값이 훌쩍 뛰었던 봄에는 두부를 자주 상에 올렸고, 채소가 많이 나는 초여름에는 가지·깻잎·호박 나물을 자주 만들었다. 순자 씨는 정해진 시간 안에 두부를 양념에 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수미
수미 인증된 계정
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15
팔로워 31
팔로잉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