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태원, 온스테이지. 소시민적으로 아파하기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3/10/30
2023년 11월16일.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 예정일이다. 양질의 라이브를 제공하는 한국 인디 음악의 보물창고, 고급 큐레이팅 무대가 결국 막을 내린다. 

'왜 내가 좋아하면 사라질까?' 낭만적인 착각이다. 우리의 영향력은 대단하지 않다. 좋아하지 않았어도, 아마 없어졌을 것이다. 사실 착각이 아니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하필이면 마지막 순간에 정을 붙여 쇠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자아가 비대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따뜻하다. 뭐든 언젠간 사라진다. 그러니 잠깐 알게 된 대상에 애착을 갖고 이별을 아쉬워한다면, 그만큼 다정한 사람이라서다. 쉽게 만나고 가볍게 버리는 시대다. 작은 이별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나는 참 좋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하는 사이, 어느새 10.29 참사 1주기를 맞았다. 시국이 시국인데, 온스테이지같은 사소한 이별에 아파한다면 한가한 고민 아닐까? 소시민적이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소시민성을 적극적으로 응원할 것이다. 작은 아픔에 반응하는 민감함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이다. 예민한 사람에겐 약자의 고통이 보인다. 무언가의 상실은 그 자체론 우리와 독립된 사건이다. 우리가 있든 없든, 그것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것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감내할 때, 미약한 연대의 힘이 피어난다. 사라지는 작은 것들을 위한, 우리를 위한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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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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