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32]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3/10/19
아이들 자라는 시간 청동으로 된 시간 
차가운 시간 속 뜨겁게 자라는 군인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땅속에서 감자는 
아직 감자의 시간을 사네 

다행이군요.
땅속에서 땅사과가 아직도 열리는 것은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땀을 역청처럼 흘리네
(허수경 시 ‘물 좀 가져다주어요’ 부분)
(미르숲 볼런투어에서 여행하며 쓰레기를 줍는 한강유람단 사람들)
#청동의 시간
어제 아침(10.18)은 가자 지구에서 들려온 비극적 소식으로 무겁게 시작했습니다.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공습을 당하여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BBC와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어요. 

500명의 죽음. 그냥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전세계에서 수백, 수천, 수만명의 집단 죽음 소식이 왕왕 들려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명의 죽음은 한 개의 우주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난 여름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한 개의 우주가 사라졌음을 절감했습니다. 

그렇듯이, 500개의 우주가 한날 한시에 무자비한 공습으로 꺼지고 말았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중에서 누가 더 나쁘냐, 둘 다 나쁘다, 이스라엘이 훨씬 더 잔혹하다 등 사람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그 와중에 무고한 시민들은 무수히 죽어가지요. 특히 아이들과 여자들이 훨씬 더 많이 희생됩니다. 

허수경 시인은 그녀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서 시집에 묶인 시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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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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