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모순, 천황제와 세계보편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8/04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일본천황의 탄신경축식에서 일장기를 흔드는 축하객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발언은 식민지 지배의 피해자와 가해자 도식을 다시 부활시켰고, 근대국가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반응을 통해 '상징천황제'가 가진 제국주의에 대한 은폐와 기만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피해자로서 한국이 가진 은폐 구조도 드러났다. 이 메시지는 일본인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우월주의, 잠재적 제국의식의 드러냄이며, 역설적으로 근대국가로서 한국이 가진 문제점도 재생산하는 '양날의 칼'이었다. 일본의 천황제가 가진 기만적 우월주의를 폭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위안부 문제나 영토 문제가 미해결된 숙제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는 근대 국민국가로서 두 나라의 '리드레스'(Redress·과거의 잘못을 시정)와 '리멤브런스'(Remembrance·기억하고 상기해 후세에 전달)를 상기시켰다.


일본의 천황과 폴리틱스적 모순


전공이나 시각에 따라 천황의 존재 의미를 달리 설명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살펴보면 일본인들에게 천황은 인종·민족·영토·문화·지역 등을 통합하는 유일무이의 '상징'이다. 천황을 정점으로 두면, 이론적으로 일본 내부의 이민족뿐 아니라 일본 밖의 이민족들도 '천황의 아들'로 존재할 수 있다. 즉, 민족과 국적이라는 인위적 경계를 초월하는 코드가 천황이다. 천황 아래에서는 모든 다원성이 허락되고, 평등한 존재가 된다. 그것은 역으로 천황의 신민(臣民)이 되지 않으면 '피·출신·민족'이 다시 부활하고 , 배제의 대상들은 정복해야 할 존재가 됨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천황은 '우리'와 '타자'를 구분하는 상징이며, 일본인들을 일본인답게 해주는 '유일신'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징천황제에 담긴 '잠재적 제국의식'이다.

이런 존재는 서구의 보편적 신으로 대표되는 크리스트와 동등하며, 어쩌면 어떤 일본인들에게는 크리스트보다 우월할지도 모른다. 식민지 시기 '동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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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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