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욕망에 관하여 - 나는 왜 그것을 욕망하는가(2)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6/29
Cupid and Psyche(오벨리스크 히스토리 뮤지엄)

나쁜 욕망에 관하여
   
일찍이 플라톤은 만물의 본질을 논하며 이데아라는 정신적 실체를 모든 것의 본질이라고 제시했다. 모든 사물에게는 그것의 원본으로서의 관념적 이데아가 존재한다. 여하한 정신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사물들의 본질조차 정신적인 어떤 것이라고 주장했다면, 정신적 활동을 수행하는 인간의 본질 역시 육체와 물질에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영혼을 가진 존재이며, 사물에게는 이데아가 본질인 것처럼 인간에게는 영혼이 본질이다.

문제는 그가 영혼과 정신을 인간의 본질로 본다고 해서 인간 정신의 모든 부분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크게 로고스와 에로스를 구분한다. 로고스는 비교, 분석, 판단을 내리는 인간의 합리성, 이성에 대응하는 정신의 부분이며, 에로스는 정념, 정욕, 사랑 등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욕망은 바로 이 에로스와 연관이 깊다. 

플라톤에 따르면 욕망과 에로스는 결핍에서 발생하는 인간 정신 현상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상실한 상태이며, 이것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 욕망이자 에로스라는 것이다. 에로스라는 것이 타인을 대상으로 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플라톤의 주장이 의미하는 바는 타자성에 대한 갈망이 실제로는 자기회복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타자성에 대한 지향과 내재성에 대한 지향이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며, 동적인 과정을 내포하고 있는 인간 정신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로스는 플라톤에게서 그렇게 높이 평가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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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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