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루고 있는, 나를 깨우는 스토리 발굴법
2022/12/08
한치 앞도 안 보이던 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던 일
회사를 그만둔 건 사고 때문이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괜찮겠지 방치했던 마음에 구멍이 났다. 회사 컴퓨터로 번아웃, 퇴사,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것을 검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날, 나는 병원을 예약했고 3주 정도 지나서야 갈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상담도 다녔다. 두어 달을 버티다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처음에는 병가를 그 다음에는 퇴사를 선택했다. "왜?"라고 물을 틈도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쉬면서 내가 할 수 있던 건 거의 없었다. 자고, 유튜브를 조금 보다가 다시 자고, 또 자는 일 뿐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나 전 회사 동료를 만나면 그들은 "쉬니까 얼굴이 좋아졌네." 하며 농을 건넸지만,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전혀 회복되지 않는 기분 속에서 두어 달을 보냈다. 그런 다음에야 간신히 집 앞 카페를 나갈 수 있었다. 그저 나가서 책을 읽다가 들어오는 일. 그게 전부였다. 한치 앞도 안 보이던 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던 일은 읽기 뿐이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조금 낫냐고 묻는다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았지만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은 든다고 답할 것 같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좋고 싫음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는 한 발자국 정도 내딛은 상태라고 해야 할까. 얼룩소는 이러한 시기에 내가 다시 '쓰기'를 시작할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바로 시작할 수는 없었다.
얼룩커분들의 좋은 글들을 읽으면서 나도 한 번 써볼까? 하는 마음과 내가 뭐라고 저 사람들 사이에서 글을 쓰지… 하는 마음이 오락가락하다가 며칠을 미뤘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나한테 전문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미친듯이 디깅한 취향의 영역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문장이 유려하거나 멋지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안 생기던 시간을 보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