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하기 - 임철우, <직선과 독가스>

윤지연 · 교사
2023/10/21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경에게 폭행당하는 시민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하기 - 임철우, <직선과 독가스>

Ⅰ. 들어가며

임철우는 5‧18을 문단에 가장 먼저 불러들인 사람이며, 그것을 가장 집요하게 형상화했던 문인 중 한 명이다. 그 스스로도 5‧18에 대한 기억을 작가 인생의 시작으로 보고 있을 만큼 강한 재현 의지를 지니고 있는데, 그런 그가 5‧18을 기억하는 방식은 주로 죄책감이다. 

그러나 그 열흘 동안 나는 끝내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중략)… 그 이후 그것은 내 삶 속의 가장 고통스러운 악몽이 되었다. 아무 일도 못했다는 사실, 비겁하게 살 아남아있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자기혐오감에 끝없이 시달렸다. -임철우.「나의 문학적 고뇌와 광주」.『역사비평』제51호, (2000). 294쪽 

이렇듯 그의 초기 소설엔 살아남은 자의 후회, 병리 같은 것이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고, 「직선과 독가스」또한 그러한 의식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태도에 주목하여 소설 속 ‘직선’과 ‘독가스’의 의미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다만 소 설에 대한 아주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작가가 의도한 주제의식이 명확 하고 또 이러한 문제에서는 최대한 작가의 의도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설 내 상징적 요소들의 의미가 주조되는 방식을 약간씩 다르게 해석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독해를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 죄책감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1980년대 한국문학장의 전반적인 정서이기도 했는 데, 이것에 대해 각 진영 개개의 입장은 조금씩 달랐으며, 따라서 임철우에 대한 평가도 조 금씩 달랐었다. 가령 창비를 위시한 ‘민족문학론’ 진영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가로, ‘문학과 지성 그룹’이나 자유주의적 성향의 문학비평가들에게는 뛰어난 작가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그 두 축을 범박하게는 리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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