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이분법적 세계를 벗어나 인간됨을 탐구하는 영화 <가여운 것들>

cns21st
cns21st · 신학으로 세상 보려는 목사
2024/03/13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1973년 그리스 태생이다. 란티모스 영화의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을 통해 입문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신과 인간, 사랑과 자유에 관한 메타로로 충만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차가운 신과 엑소더스
영화의 시작은 흑백이다. 칙칙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프랑켄슈타인 얼굴을 한 갓윈(Godwin; 윌렘 대포)과 그가 창조해 낸 벨라(엠마 스톤)가 등장한다. 여기서 갓윈은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셀리의 혼전 성씨다. 실제로 벨라는 갓윈을 God이라고 부르는데, 그는 벨라에게 신적 존재다. 하지만 갓은 벨라를 보호하기 위해 통제하고 감시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과학자로서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 채 객관적 자세로 사고하고 실험에 임한다. 
신은 벨라를 창조했다. 죽은 여성의 태에서 아기를 꺼내, 아기의 뇌를 엄마(빅토리아)의 뇌에 이식했다. 몸은 빅토리아, 뇌는 벨라. 여성을 도구화 하던 빅토리아 시대에 빅토리아는 만삭의 몸으로 투신했다. 투신은 빅토리아에게 출애굽(엑소더스)였을까. 
몸은 성인이지만 인지 능력은 어린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벨라의 인지 능력도 자라간다. 에덴에서 최초의 인간도 그러했으리라. 인지 능력은 시간 속에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확장되어 가기 때문이다. 벨라는 차츰 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 이 때 사과를 가지고 자위를 한다. 사과는 선악과를 상징하고, 섹스는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최초의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에덴에서 쫓겨났듯, 벨라는 이제 급격하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바람둥이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함께 더 넓은 세계로 떠나간다. 이 장면은 샤걀의 <에덴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 1961>이 떠오른다. 더 넓은 세계를 향해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웃음을 머금고 에덴을 떠나는 아담과 하와처럼, 벨라는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 하나님(갓)과 약혼남을 과감하게 떠난다. 신은 이제 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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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눈으로 인간, 세상사를 이야기하고 싶은, 젊지 않으나 젊게 살고자 하는 젊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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