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었어 하노이] 4. 고수라는 허들

신예희
신예희 인증된 계정 · 위인입니다
2024/04/23
베트남 쌀국수 퍼 phở는 한국에 진출하자마자 금세 큰 인기를 얻었다. 어떻게 아느냐면, 내가 딱 그 세대라서다. 1998년에 서울 삼성동에 포호아 1호점이 오픈했을 때부터 다닌 세대. 당시의 쌀국수 열풍은 실로 굉장해, 포호아의 뒤를 이어 포타이, 포베이, 호아빈 등의 체인점이 비 온 뒤 죽순마냥 쑤욱쑤욱 생겨났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뜬금없이 베트남 음식이라니.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건 딱 한국인이 좋아할 만하다. 냉면 대접 찜쪄먹게 큰 그릇 가득 뜨거운 고깃국물이 찰랑대는 음식이니까. 우리가 또 차암 뜨거운 국물 좋아하잖아. 전국 어딜 가든 그 동네 명물 음식은 대부분 탕이다. 뻘겋거나 맑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 이름만 다를 뿐, 하나같이 뼈와 고기를 하염없이 우린 뜨거운 탕. 명물 간식 역시 모양과 이름만 다른 팥 넣은 풀빵이 대부분이고.
 
어쨌든 그 고깃국물에다 면을, 그것도 콕 집어 쌀로 만든 면을 한 바가지 넣어주기까지 하니, 이게 또 한국인의 심금을 에밀레종 울리듯 뎅뎅 울려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빵이나 면 같은 밀가루 음식으로 식사하는 걸 되게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나의 모친이 있다. 눈만 마주치면 부르짖으신다. 너어는 진짜 이상한 애야, 빵 쪼가리가 무슨 밥이니? 쌀을 먹어야지, 쌀을! 이분의 화법은 참으로 독특한데, 예를 들면
 
모친 : 어머 얘, 나 하루 종일 암것도 안 먹었다아?
나 : 헉 왜요?
모친 :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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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프리랜서. 글, 그림, 영상, 여행, 전시 작업에 관여합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운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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