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007 시리즈', 비판받던 제작진이 불러온 반전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4/15
모든 것엔 주어진 수명이 있다. 천년제국을 꿈꾼 수많은 나라도 마침내는 쇠락하여 멸망하고, 수백 년 묵은 고목도 마침내 꺾이어 쓰러진다. 콘텐츠도 다르지 않아서 오래도록 이어온 시리즈며 캐릭터도 제게 주어진 수명을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새 처음의 참신함을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식상하고 고루한 무엇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무력하게 나이들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낡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다시금 푸르름을 되찾는 것이 드물게는 있는 것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뜻에서 소위 '리부트'라 불리는 작품들이 그를 의도한 것으로, 때때로 리부트에 성공해 낡은 틀을 벗고 새로움을 입는 경우가 발견되곤 한다.
 
일찍이 팀 버튼의 것으로만 기억되던 <배트맨> 시리즈가 어느덧 DC코믹스 히어로물을 지탱하는 새로운 시리즈로 거듭난 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해도 좋겠다. 그러나 옛 것을 새로 하는 것은 개혁이란 말 그대로 피부를 벗겨내고 새 피부를 입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작품이 새로 거듭나는 데 실패하고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일 테다.
 
▲ 007 카지노 로얄 포스터 ⓒ 소니픽처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첩보물

< 007 > 시리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첩보물이다. 액션이나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함몰되지 않고 나름의 경계를 이루어 제 장르를 개척한 첩보물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시리즈라 해도 좋다. 그 역사 또한 무척이나 길어서 첫 영화 < 007 살인번호 >가 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훌쩍 더 지난 1962년이다. 기자 출신 작가 이언 플레밍이 12편에 걸쳐 낸 소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그 원작을 이룬다.

그로부터 반세기 동안 < 007 > 시리즈는 첩보물 인기의 중추를 이뤘다 해도 틀리지 않다. 전후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체제경쟁 가운데서 전면전보다는 각국 정보요원 및 간첩들의 활동이 중요해진 영향이 없지 않을 테다. 특히 미국 CIA가 중미와 남미,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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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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