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 둘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각자도생에서 사회연대로
2022/11/18
좌파와 우파는 18세기 프랑스 혁명기부터 사용된 개념입니다. 흔히 지금은 쓸모 없어 졌다고 평가받지만, 여전히 언론이나 여론조사 기관, 각국의 정치인이 정치성향을 구분할 때 애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파가 평등을, 우파가 자유를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너무 단순한 정의입니다. 좌파도 기여에 따른 불평등한 분배를 지지할 수 있고, 우파도 평등한 자유권, 평등한 참정권, 평등한 복지권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좌파와 우파는 평등과 자유를 각각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좌파와 우파는 '평등한 자유'라는 근대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만, 어떤 자유를 얼마나 평등하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다릅니다. 단순히 '좌파는 평등, 우파는 자유'라는 프레임으로 정치사상이나 정책을 분류한다면, 이런 복잡한 모습을 외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좌파는 평등, 우파는 자유' 프레임이 문제에 대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입니다. 좌파가 매 순간 평등을 지지해야 한다고 믿으면, 합당한 불평등 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평등지상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우파가 언제나 자유만 옹호해야 한다고 믿으면, 도덕이나 공익 등 다른 가치를 근거로 자유를 규제해야 한다는 발상을 모조리 배척하게 될 것입니다. 근거 있게 이념을 추구하고, 변하는 현실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거 없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사상이나 개념을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대체로 하나의 정답을 찾기 어렵다는 고백부터 접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단어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의미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정치사상이나 개념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사상 중에, 한 두 사람이 이론부터 이름까지 철저히 계획해서 퍼뜨린 것은 많지 않습니다. 언론인이나 정치인이 누군가의 이론에 멋대로 이름을 붙여서 그 이름대로 유행하게 된 경우도 있고, 정치사상가가 유행하는 이름을 빌려서 자신의 이론에 붙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의 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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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자기계발론과 자유방임주의에 맞섭니다. 법치국가와 사회연대를 결합하려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더칼럼니스트 창간 1주년 기념 칼럼 공모전 당선 얼룩소 에어북 공모 1회차 선정 '함께 자유로운 나라' 출간 얼룩소 에어북 공모 6회차 선정 '좌업좌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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