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회의론자가 본 어른 김장하
2023/01/24
나는 우리 시대의 어른을 찾는 류의 프로젝트를 별로 안 좋아한다. 세상에 희망이 없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본받을 만한 어른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그럴 때마다 연장자 중에서 돈이나 권력이나 능력 등으로 어떤 성취가 있던 사람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곤 한다. 물론 그렇게 발굴된 어른들은 대부분 굉장히 훌륭한 분이다. 게다가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다면 그 분이 자신이 한 일만큼 평가 받고 존경을 받는 것은 합당하고, 그런 분을 조명하는 작업도 값진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그런 작업에 삐딱하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일게다.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을 찾으려 한다면 '연장자' 중에서 찾는 것부터 잘못이다. 그리고 '성취'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사람이 존경할 만한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치만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또 신뢰한다는 분을 현실에서 마주했을 때 다른 면모를 꽤 보기도 했고, 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분에게서 존경할 만한 면모를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한 개인을 집단적으로 존경하는 '현상'이 조금 불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어른을 조명하는 게, 지금 힘든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조금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
오해를 피하고자 하나는 분명히 해둔다. 나는 고인이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과 인연이 꽤 있다. 시대의 어른으로 최근 십여년간 가장 주목을 받은 분일 것이다. 채현국 선생님이 세상에 크게 알려진 계기가 된 이진순 와글 이사장님과의 인터뷰("노인들이 저 모양인걸 잘 봐두어라") 자리에 나도 있었다. 나는 그 인터뷰를 돕는 역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