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당신의 무덤 속으로-러시아 민간인 학살을 듣고

이하늘
이하늘 · 좋은 글을 읽고, 나눕니다.
2022/04/06

러시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시.




2월, 
아직은 겨울과 찬바람이
한창인 계절인데 어째서인지 저는
요즘이 여름처럼 덥게 느껴집니다.

화염방사기가, 폭격에 의한 불길이,
추운 겨울을 무덥게 만듭니다.
눈보라 대신 탄약이 휘날리고
눈 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대신
칼로 헤집어진 시체길을 헤쳐나갈 때면

이따금씩
당신이 잠든 무덤 속이 더 따뜻할지도 
모르겠다는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저열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신 옆엔 400구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으니 
분명 서로의 온기를 나누면서 잠들어 있겠지요.

저도 그 옆에서 잠들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용기가 없어서
하루하루를 
비명과
절망과 
절규와 
울음과 
비탄을 끌어안고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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