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지 않았던 전쟁 직후의 실상
로켓포 만큼이나 주의했던 건 거리 곳곳의 급조 폭발물이었습니다. 이라크 전쟁으로 패전한 후세인 정권의 잔당은 이라크 전역에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즉, 급조한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습니다. 거리에 쌓인 쓰레기 더미나 동물 사체 속에 IED를 숨겨놓는 식이었죠. 한 번은 자이툰 부대 정문 앞 외부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사제 폭탄이 발견돼 비상 대비 태세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려면 상대의 동태 파악이 급선무입니다. 위험 분자 거주 지역 정찰은 중소형차를 총괄하는 호송반에서 전담했습니다. 호송반 대원들은 일주일 내지 보름에 한 번 모술과 슐레마니아라는 지역으로 정찰을 다녀왔습니다.
혼돈의 도시, 모술
특히 자원이 많은 모술에는 당시 '알 카에다' 본진이 주둔했습니다. 9.11 테러를 일으킨 바로 그 단체입니다. 파병지 아르빌에서 모술까지는 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였는데요. 당시 호송반 동료들에 따르면 모술 정찰 시에는 말 그대로 미친듯이 가독 페달을 밟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위험한 지역인 모술로 꼭 정찰을 나가야 했던 이유는 모술이 그만큼 중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모술은 이라크 정부군과 이슬람 국가 IS가 끝까지 격전을 펼친 전장이었습니다.
2017~2018년 당시 뉴스 앵커였던 저는 간혹 이라크 정부군의 모술 탈환 소식을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국내 언론은 당시 'IS를 퇴치했으니 잘 됐다'는 정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