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시대에 생일을 맞은 불행한 젊은이
2024/08/22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출근하는 길은 짜증으로 그득했습니다. 아침부터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만드는 8월의 더위는 불쾌지수를 급격히 끌어올리더군요. 게다가 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아침 버스와 지하철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엔 꿉꿉함마저 더해져 그야말로 '짜증 4종 세트'였죠.
웅덩이가 되.
짜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건 '퇴근'밖에 없었습니다. 퇴근하며 박세랑 작가의 시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를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난 웃는 입이 없으니까 조용히 흘러내리지
사람들이 웅덩이를 밟고 지나가
(중략)
터진 수도관을 고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난 자꾸 흘러넘치는데 바닥을 닦아낼 손이 안 보이는데
갈 데가 없어 혼자 미끄럼틀을 타면
곁을 지나가던 어깨들이 뭉툭 잘려나가지
떨어진 난,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흘러내리는 물'에 비유합니다. 자꾸만, 조용히, 흘러내린 '나'는 웅덩이가 됐고, 사람들은 나를 즈려밟고 지나간다고 표현합니다.
My Birthday
이번 주 월요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을 맞은 저 또한 물처럼 흘러내려있었습니다. 꽉 뭉쳐지지 못했죠.
20살 생일은 MT 중이었습니다. 학생회 MT를 가서 선배들의 축하와 고민상담을 받았죠.
21살 생일은 군대에서 맞았습니다. 군대 선임분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일을 줄여주시진 않더라고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22살 생일은 대학 동기들과 한강에 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하하 호호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23살 생일은 울릉도에 있었습니다. 해군 일병 시절에 군함을 타고 울릉도 옆을 지나다니며 '전역하면 꼭 한 번 가봐야지!'라고 다짐했었기 때문이죠. 날씨 운이 좋아 독도까지 다녀왔습니다.
24살 생일은 대학 학보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방학이었지만 너무 중요하고 촉박한 인터뷰여서 도저히 뺄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