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영
윤신영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4/13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 국장이 취임할 때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책에 선서를 했다는 소식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사실 그보다는 아직도 고위공직자가 취임할 때 성서에 선서하는 의례가 남아 있다는 게 더 놀랍긴 했지만요.

2020년 2월 NASA가 이 '창백한 푸른 점' 촬영 30주년을 맞아 새롭게 보정한 이미지를 공개한 적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여기에서도 추가로 소개합니다.
2020년 2월 NASA가 새로 공개한 창백한 푸른 점 이미지. NASA


새롭게 촬영한 영상은 당연히 아니고, 1990년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원본 이미지를 최근의 이미지 보정 기술로 개선한 것입니다. 색조를 조정하고 전반적으로 이미지의 노이즈를 개선했습니다. 아래가 태양이 있는 방향이고 카메라에 산란된 태양빛이 세로로 가로지르는 가운데, 한가운데에 픽셀 한 개 크기가 채 되지 않는 밝은 점이 하나 찍혀 있습니다. 점의 색상이 첫 공개 이미지보다 조금 더 밝은 파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창백한 푸른 점'입니다.

창백한 푸른 점은 사실 좀 어색한 한국어 번역어입니다. 막상 창백한 푸른 점이 뭔지 칠해 보라고 하면 꽤나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모호한 색상이니까요. 더구나 푸른색은 파란색 외에 풀빛 등 녹색도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원래는 '희미한 파란 점'이나 '연한 파란 점' 정도가 정확한 번역어입니다. 하지만 광막한 우주에 겨우 존재하는, 너무나 미약하고 취약하며 희미한 생명의 배 느낌을 잘 담고 있는 번역어...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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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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