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도태라는 은유

박희인
박희인 · Ludology
2023/12/04
“그릇은 비어있기에 쓸모가 있고, 방에 뚫린 창문 역시 비어있기에 쓸모가 있는 것”이라는 노자의 은유에서, 부재에서 가치가 존재함을 설파하는 도덕경의 변증법이 전개되었다. 이처럼 은유는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주술과 같아서, 한 가지 비유가 앞으로 하는 모든 생각을 자아낸다.

만약 은유가 우리의 생각을 창조하는 추상적인 힘으로 작용한다면, 부정한 목적을 위해 쓰이는 힘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잘못된 은유가 한번 스며들면, 만성 질병처럼 우리의 사고방식을 좀먹는다.

‘약자 도태’라는 은유는 마치 누군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생존 게임으로 우리 인생을 바꿨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약자가 탈락하는 현상은 당연하며, 우리의 사회도 그러하다는 환원을 통한 비약이 존재한다. 또는 유능한 사람을 대우해서 솎아내면 사회 전반이 더욱 유능해지지 않느냐는 합리성을 위시한 설득도 있다.

늑대는 육지의 먹이피라미드 중에서 단연 최고 단계의 생물에 속한다. 늑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다른 종류의 동물들을 끊임없이 진화하게 만든다. 만약 이러한 늑대가 사라지면 동물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약자로 말미암아 강자가 도태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강자를 통해서 약자를 도태시키는 늑대 원칙이야말로 최고의 경영 철학이다. 모든 동물 무리에서 강자가 예외 없이 존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무리를 이끌며 계속해서 무리의 힘을 ‘업그레이드’시키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먹이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늑대처럼 약자를 도태시키는 사명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자가 강자를 도태시켜 결국 기업이 힘을 잃고 관료주의에 빠지고 만다. (”늑대 원칙이야말로 최고의 경영 철학”)

윗글은 매일경제 웹사이트 북 다이제스트에서 찾아온 책 『결과모드』의 일부분이다. 약자 도태의 은유로부터 파생된 전형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늑대의 사례를 빌려서 기업 경영에 약자 도태는 불가피하고 또한 필수라고까지 말한다.

사실 한 종의 우위는 전체 먹이 그물에 교란을 일으켜서 생태계를 지속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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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연구합니다. 뉴 미디어 이론에서부터 형식적 게임 표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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