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진중권론 ㅣ 어느 바나나맨의 비극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8/21

출처, 한국일보
아메리칸 히어로 시다바리의 탄생

박민규 소설 << 지구영웅전설 >> 에는 수많은 DC 영웅이 등장한다. 아메리카 히어로를 대표하는 슈퍼맨은 물론이고 배트맨, 아쿠아맨, 스파이더맨도 맹활약을 펼친다.  쫄쫄이와 망토를 걸친 무리에는 한국인(1인칭 소설 주인공)도 끼어 있는데 바로 " 바나나맨 " 이다.  학습 지진아 소년이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에서 뛰어내렸을 때 그를 도와준 이가 슈퍼맨이었던 것이다.  장수원을 닮은 듯한 슈퍼맨이 어눌한 한국어로 높낮이 없이 띄엄띄엄 소년의 안부를 묻는다. " 괜찮아요 ?? 많이 놀랐죠 ?? " 그것이 인연이 되어 최초의 코리아 히어로,  아니 최초의 아시아 히어로가 탄생한 것이다. 왜 하필 " 바나나맨 " 일까 ? 박민규는 << 지구영웅전설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너무 작아, 마치 한국의 땅덩이처럼 작구나 "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 곤란해 하는 슈퍼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컨셉을 친근한 영웅 쪽으로 맞춰 보는 건 어떨까 ? " 로빈의 힘찬 목소리가 부메랑처럼 날아 돌아왔다. " 이를테면 바나나맨(Banana-man) 같은 것 말이지 ! " " 겉은 노랗다. 그러나 속은 희다. 그거야말로 우리의 컨셉에 딱 맞는 이름이군. 좋아, 다들 어때 ? " 모두가 동의를 뜻하는 박수를 쳤기 때문에, 그 순간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지구영웅전설, 박민규 

하지만 속이 희다고 해서 주인공 < 나 > 가 완전한 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나나맨의 주요 임무는 아메리카 히어로의 시다바리'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원더우먼의 생리대 심부름 따위'였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보다는 차라리 겉은 하얗고 속은 노란 웨딩 케잌이 되고 싶은 바나나맨은 자신도 영웅이 될 수 없냐고 반문한다. 슈퍼맨이 충고한다. " 넌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야. " 그러자 바나나맨이 소리친다. " 그럼 미국인이 될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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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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