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은 아니다? "인종주의"는 어떤가? - 이준석의 인요한에 대한 영어 사용에 대하여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11/07
1. 인종차별인가 아닌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한 행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발화를 할 때만 영어를 쓴 것으로 이것이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으므로, 이준석 대표 측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인종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누구도 자기의 어떤 행위가 차별이라 규정되는 것에 저항할 것이다. 늘 어려운 문제는 하나의 행위가 차별인지 아닌지 헷갈리거나, 혹은 차별이라고 하는 사람 절반,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 절반이 있을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종차별, 성차별 등을 가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차별적 행위를 할 뻔한 사람도 혹은 차별적 행위를 목격한 사람도 그것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인종차별과 인종주의
우리가 차별이라는 할 때면, 실제로 그 행위를 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조차 진저리를 치며 그러한 비난에서 벗어나려 항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이 매우 끔찍하고 나쁜 짓이라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여기서는 인종 차별 얘기만 해보자. 그런데 "차별", "diskriminierung" 혹은 "discrimination"을 통해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백인들이 흑인들을 노예로 삼았다든지,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학살했다든지, 코로나 이후 전세계에서 중국인들과 인접 동아시아 인종을 상대로 한 테러가 있었다든지 이런 걸 떠올린다. 이런 일들이 차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차별이라는 것이 꼭 이렇게 끔찍한 폭력을 동반한 어떤 것이어야만 할까? 이준석 씨가 영어로 인요한 씨에게 말을 한 것은 위에 열거한 인종차별적 사례와는 단 한 가지도 공유하는 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씨가 인 씨를 때리거나 욕을 하거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것이 차별이냐 아니냐 하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반응들로부터 우리는 차별함으로써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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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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