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호
연구자
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플라톤 및 다른 문제들 관련 마무리 의견
감사와 해명, 반론 및 질문
자유, 자유주의와 관련해 플라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 어떤 문제가 어렵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자유, 자유주의와 관련해 플라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 어떤 문제가 어렵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은 변증술적 문제라고 불린다.
나는 요앞전 글에서 성인 페스티벌과 같은 요상해괴망측한, 아니 그런 것을 포함해 누군가는 괜찮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모든 결정들을 다루는 데 있어 필요한 태도는,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그것이 풀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쓴 바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문제들을 가리켜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바로 "변증술적 문제"라고 한다. 여기서 변증술은 "dialektike techne"에 해당하는 말인데, 헤겔의 변증법의 원조격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심오한 뜻보다는 사실 "dialegesthai", 즉 "(서로) 대화하다"라는 아주 일상적인 어휘에서 파생된 말로 이해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말하자면 "대화하는 기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이 거기에 부여하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함의에 대해서는 제껴두고, 상식 선에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 가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l...
성인 페스티벌 취소 논란: 우리가 다루는 문제가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성인 페스티벌 취소 논란: 우리가 다루는 문제가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최근 일본AV 배우들을 섭외해서 여는 한 행사가 지자체의 금지 조치로 인해 결국 무산되었다. 나는 이런 사태가 총체적으로 우리가 자유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거의 희박하고, 우리가 매순간 공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가 몇 마디 주장으로 관철시켜져야 하는 단순한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래 적은 단상들은 다소 금지의 반대 쪽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행사 금지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이론의 여지 없이 옳다고 증명하려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이 행사를 금지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주 논의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시민들이 이런 류의 문제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행사를 반대해도 된다. 그런데 자유주의 사회에서 그 주장이 동의를 얻으려면, 그러한 주장이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교리 이외의 근거들에 의해서도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예...
12월 26일자 인터뷰에 드러난 이수정 교수의 오류들
영화 <플라워킬링문>과 존 로크 <통치론> - 근면함과 사유재산의 문제에 대하여
영화 <플라워킬링문>과 존 로크 <통치론> - 근면함과 사유재산의 문제에 대하여
칼럼을 쓰느라 이제는 영화관에서 내려간 <플라워킬링문>을 무려 3시간 30분에 걸쳐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두 권의 책, <통치론>의 후마니타스 새번역은 불과 한 달도 안되어 나온 신간이고 다른 한 권은 영화 원작이라 보았는데, 두 책을 겹쳐 보면 더욱 두드러지는 지점이 영화에서도 꽤 중점적으로 부각되어 흥미로웠다.
<플라워문>과 이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플라워킬링문>(사실 영어 원제는 같다)은 크게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미국 백인들간의 사실 일방적이었던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그 시작은 다름 아닌 로크 당대에 이미 시작되었다. 역자에 따르면 로크가 당시 식민지 개척을 옹호하는 제국주의적 사상가로 바라보는 해석도 한 계열로 있다고 한다. 그러나 로크 자신이 제국주의적 침략의 첨병에 서있었다기보다는, 그가 극복하지 못했던 빈곤한 인류학적 상상력의 결과가 여기까지 왔다고 보는 게 더 맞는 서술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l...
한동훈은 진정한 정치가인가? - 故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과 한동훈 前법무부장관
한동훈은 진정한 정치가인가? - 故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과 한동훈 前법무부장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위기에 빠진 여당에서 지도부 교체 및 비대위 돌입을 놓고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며 갑론을박이 오가는 동안, 한 장관은 내가 보기엔 매우 의미있는 활동 하나를, 심지어 실제로, 객관적으로 의미가 있을 그런 활동 하나를 했다. 바로 故홍정기 일병 어머니이자 현재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에서활동하는 박미숙 씨를 만나고, 그 면담 내용 일체를 영상으로 공개한 것이었다.
1. 故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 관련 한동훈 장관의 활동故홍정기 일병의 사례는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 특히 병사가 당할 법한 몇 가지 중요한 이슈를 건드리고 있다. 홍 일병은 2016년 군 복무 당시 백혈병 증상이 나타나 몇 차례 군 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받지 못했고, 결국 그것이 악화되어 민간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며칠만에 사망하였다. 문제는 단 며칠만에 사망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병사를 왜 군 의료체계 내에서는 적절히 관리하지 못...
소피스테스와 정치가를 구별하기 - 류호정 의원 등의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하여
소피스테스와 정치가를 구별하기 - 류호정 의원 등의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하여
고전학계의 영원한 떡밥 중 하나로 플라톤이 왜 <소피스테스Sophistes>와 <정치가Politikos>라는 대화편에 이어, 자기 자신이 예고했던 <철학자Philosophos>라는 대화편은 안 썼느냐는 것이 있다. 즉 쓰려고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못 쓴 것이냐, 아니면 애초에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안 쓴 것이냐 등의 입장이 가능하다. 떡밥의 실마리로 내가 생각하는 것은 "철학자가 어떤 도시에선 소피스테스로, 또 어떤 도시에서는 정치가로 나타난다"는 <소피스테스>의 한 구절이다. 이 문제 상황은 이렇게 풀어 이해할 수 있다. (<국가>에서 주장한 대로라면) 철학자는 이데아에 대한 앎을 가지거나 그걸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국가에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어떤 정치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럼 그가 좋다고, 정의롭다고 말한 것(이를테면 탈당, 창당, 단죄, 비난, 정책 같은 것들)이 정말 좋음의, 정의...
"인종차별"은 아니다? "인종주의"는 어떤가? - 이준석의 인요한에 대한 영어 사용에 대하여
"인종차별"은 아니다? "인종주의"는 어떤가? - 이준석의 인요한에 대한 영어 사용에 대하여
1. 인종차별인가 아닌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한 행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발화를 할 때만 영어를 쓴 것으로 이것이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으므로, 이준석 대표 측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인종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누구도 자기의 어떤 행위가 차별이라 규정되는 것에 저항할 것이다. 늘 어려운 문제는 하나의 행위가 차별인지 아닌지 헷갈리거나, 혹은 차별이라고 하는 사람 절반,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 절반이 있을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종차별, 성차별 등을 가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차별적 행위를 할 뻔한 사람도 혹은 차별적 행위를 목격한 사람도 그것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인종차별과 인종주의
우리가 차별이라는 할 때면, 실제로 그 행위를 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조차 진저리를 치며 그러한 비난에...
"말하지 않는 정치" 앞에 선 이준석의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