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바뀐다 : 《도올 주역 계사전》(2024)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4/04/25
유교의 사서오경 중 역경은 그것이 품은 세계관의 너비가 가장 크고, 그런 까닭에 유교에 기대어 세상을 해명할 실마리를 잡아보려던 이들이 대개 이 역경에 매달렸다. 전쟁과 분단의 한국을 산 김용옥과 명말청초기를 산 왕부지(王夫之)가 그랬다. 김용옥은 33살 때 하버드대 동아시아어문학과에서 왕부지로 박사학위논문을 썼다. 그런 그가 올해 나이 75세에 주역 계사전 역주를 냈다. 말하자면 말년에 그는 자기 박사논문의 모티브로 돌아간 것이다.

주역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뜻이다. 주나라를 창업한 무왕의 부친 문왕이 상나라 시절 감옥에 있을 때 처음 쓴 책이라는 설이 있다. 상나라는 갖가지 방법의 인신공양으로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고대 국가였고, 주역은 바로 그러한 문명의 형태를 세계관의 차원에서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 인간이 인간 스스로와 세상을 추상화하고 체계를 세우려는 노력을, 산짐승의 배를 가르고 사람의 머리를 솥에 끓이는 방법이 아닌 다른 형태로 틀어서 그 나름의 구체성과 파들어가봄직한 오묘함을 선사하는 것이 주역에 가로놓인 시대적 과제였다. 

역경은 신과 같은 초월적 대상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지극함에 다다르고픈 인간의 추상화 욕망을 그 내부에 조성된 순환적 세계에 회돌게끔 만들어져 있다. 초월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집요하게 세속에 매어두려던 유교의 경전다운 야심이다. 거기에 김용옥은 역경의 해석에 가로놓인 속류적인 틀, 즉 '철학관'에서 으레 행해지는 상수학의 번다함 대신 거기에 인류에 보편타당할 사상적 내용을 기입하려는 노력을 경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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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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