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은 회사에도 있다

서현직
서현직 · 가끔 글도 쓰는 마케터
2023/08/25
얼마 전 개봉한 마블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재미있게 보고와서 글을 씁니다. 아주 약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해 주세요 :)
자체 제작 이미지
<가오갤3>에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이하 ‘하이볼’)라는 새로운 빌런이 등장합니다. 이전 마블 시리즈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빌런 타노스가 ‘우주의 인구 감소’를 중요한 비전으로 생각했다면, 하이볼은 ‘완벽한 생명체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어요. 스스로를 창조자라고 생각하는 이 빌런은, 기존의 생명체를 가혹할 정도로 분해하고 개조하여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착합니다. 완벽한 생명체들로만 이루어진 완벽한 세상을 창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요.

하이볼의 광적이고 잔인한 모습은 빌런으로서 인상적이지만, 막상 그의 행보를 보면 답답합니다. 기존 생명체의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바꾸어야 완벽한 생명체가 될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보이거든요. 생명체들이 가진 문제는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생명체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시청자들에게 전혀 전해지지 않습니다.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막상 반 도화지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낙서만 하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화면 캡처
그래서 하이볼이 만들어 내는 개조된 생명체들은 단순한 상상력조차 벗어나지 못한, 그저 '괴생명체'로 보일 뿐입니다. 동물의 일부를 로봇으로 개조하거나, 인간 모습의 동물을 만들거나,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로봇같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전부에요. 스스로를 ‘창조자’라고 칭하는 존재가 수십년 동안 집착하여 만들어 낸 생명체들이 고작 이정도라니 참 답답합니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실험광' 빌런에 의해 실험이라는 끝없는 고문을 당하는 생명체들을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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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쓰며 어디선가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요즘 팀장의 오답노트> 출간했고 지금은 무신사 29CM 마케팅 기획 리드로 일하고 있어요.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고 토스, 샌드박스네트워크, 마이리얼트립 등에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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