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운명이 아니다.

방성
방성 · 공학자
2023/07/15


 유독 힘든 관계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지나 보니 원인은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균형의 깨짐은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해서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를 맞추려 하거나 자신이 기대감을 조절해야 한다. 어느 쪽이건 상처는 입게 마련이다. 특히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상처는 관계 지속이 어렵다. 반드시 한 쪽이 지치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다. 관계에 대한 내 생각이 그때는 틀렸다. 모든 것이 어설프던 시절이다.

모든 관계는 평형 Equilibrium을 향해야 한다. 인간 관계는 반응 reaction과 협상 negotiation의 연속이다. 관계 뿐 아닌 삶 자체가 그렇다. 심지어 자신 스스로와도 매 순간 협상을 한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건 누구나 힘들다. 물론 습관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여기지만, 유독 힘이 드는 날에 휴가를 낼까 고민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슴 속에 늘 사직서를 품고 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열 두번씩  이상 바뀌는 마음,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모든 일이 반응과 협상이다. 특히 자신 밖의 관계는 반응에 따라 협상력마저 달라진다. 상대의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외부와의 관계는 반응 이외에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관계의 속성에 무뎌질 때가 있다. 이유는 관계 형성의 시작점, 즉, 어떤 인연을 운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만났던 친구, 학교 동창, 이웃 주민, 동호회 등 인연을 맺는 순간들은 많다. 의지와 상관 없을 때가 더 많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출발점은 반드시 있다. 그 관계의 출발점에 영속성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마치 관계를 깨면 안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관계의 상태와 질적 내용을 들여다 보지 않고 관계를 깨는 쪽이 가해자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피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관계의 속성보다 관계의 출발점에 더 많은 관용을 베푼다. ‘초등 동창이니까’, ‘친했던 이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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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이다. 그냥 세상의 물질과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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