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서평] 위대한 철학 여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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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By 박정일


올해 2022년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논리-철학 논고』가 출판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이 자그마한 책을 둘러싸고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 책이 출판된 다음 해, 19세인 프랭크 램지(Frank Ramsey)는 「비판적 서평」을 발표한다. 이 서평에서 최초로 지적된 소위 색깔 배제 문제*는 『논리-철학 논고』의 침몰을 예고하고 있었다. 『논리-철학 논고』 출판 후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그만두고 시골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그의 책은 루돌프 카르납(Rudolf Carnap), 알프레드 에이어(Alfred Ayer) 등과 같은 논리 실증주의자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철학적 고전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1929년 철학에 복귀한 비트겐슈타인은 이 책을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지도 교수는 17살 어린 램지였고, 구두시험 심사위원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과 조지 에드워드 무어(George Edward Moore)였다.

*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 논고』에서 “한 점은 빨갛고 동시에 파랗다”와 같은 문장을 “비가 오고 비가 오지 않는다”와 같은 진리 함수적 모순이라고 간주하였다. 한 점은 동시에 빨갛고 파랄 수 없다. 그래서 빨강과 파랑은 서로를 배제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에 복귀한 후에 그 문장이 진리 함수적 모순이 아님을 인정하였다.


1929년 철학에 복귀한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 논고』에서 자신이 범한 오류들과 치열하게 싸운다. 그 중심에는 색깔 배제 문제, 유아론, 현상학 등이 있었다. 이른바 전환기 및 중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수학철학과 심리철학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아 자신의 철학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수많은 철학적 구름이 걷히고, 그 결과는 『철학적 탐구』에 응축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를 출판하지 않은 채 1951년 사망하였다.

비트겐슈타인이 사망한 후 『논리-철학 논고』에 대한 수많은 학자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코피(Irving M. Copi)와 앤스컴(G. E. M. Anscombe)을 필두로 참으로 많은 논문과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논리-철학 논고』는 그 연구자들의 노력을 모두 무색하게 만들 태세로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하다. 최근 30년 동안 『논리-철학 논고』에 대한 (코라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한) 소위 단호한 해석과 (피터 해커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해석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새로운 비트겐슈타인”, “『논고』 전쟁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 (출처: 위키피디아)

작지만 작지 않은 책

100년이 지난 이러한 상황에서 『논리-철학 논고』에 대해 서평을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일반적으로 어떤 책이 출판되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른 학자가 그 책에 대해 서평을 쓴다면, 아마도 그는 그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그 책에 대한 자신의 소감이나 비판적인 견해 등을 밝히게 될 것이다. 램지는 바로 그렇게 『논리-철학 논고』에 대해서 「비판적 서평」을 쓰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미 100년이 지났고, 분분한 의견들이 난무하고 수많은 논쟁을 거친 상황에서 『논리-철학 논고』에 대한 서평은 어떻게 쓰는 것이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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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습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2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습니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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