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블레이크 씨에게 보내는 편지

허남웅
허남웅 인증된 계정 · 영화평론가
2024/04/01
안녕하세요, 다니엘 블레이크 씨. 당신의 사연을 담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오랜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재밌게 보았다고 말씀드리기 송구할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개봉 당시 관객들의 감상도 다르지 않았어요. 하나같이 눈시울에 굵은 눈물방울을 매달았더군요. 당신의 사연에 깊이 감정이입을 했다는 의미이겠죠. 

평생을 성실한 목수로 살아오셨죠. 심장병을 얻어 투병 중인 와중에도 어떻게든 일자리에 복귀하기 위해,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목공 일이 아내를 잃은 후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 한몫했을 거란 사실도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렇죠, 노동은 인간의 신성한 권리이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해 줄 최후의 자존심 같은 것이겠죠. 아내와의 사별과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병, 그로 인해 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으셨겠어요.  

삼중고를 견디게 해준 건 조만간 다시 연장을 들고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가구를 만들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었겠죠. 그런 이들을 도우라고 우리가 세금을 내고 정부로 하여금 마련한 게 복지제도입니다. 심장병을 치료하는 동안 일을 할 수 없으니 대신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해야 되겠죠.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아차, 그러고 보니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 영화평론가입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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