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유공자> : 6.25 전쟁에 참여한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꿈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3/09/09
인디그라운드, 영화 <국가유공자> 스틸컷

01.
노인 영춘(김삼일 분)은 6.25 전쟁에 참전했던 국가유공자다. 나라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사람. 전쟁이 끝난 지 벌써 반세기가 다 되어가지만 그의 시간은 아직 그곳에 남겨져 있는 듯 보인다. 이제 또 쓰러지고 나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의 자랑과도 같은 국가 유공 훈장만 바라보며 지나간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열중한다. 삶이 허락하는 주어진 시간을 거의 다 써버린 듯 머리가 하얗게 센 그의 마지막 꿈은 이제 호국원에 묻히는 것뿐. 남은 생을 모두 바꿔서라도 다른 참전용사들이 묻힌 국가의 품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영광과 명예를 안고 싶다.

영화 <국가유공자>는 6.25 전쟁에 참여했던 기억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노인 영춘이 호국원에서 잠들기를 바라며 안장 대상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던 그의 바람을 가족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 연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영화가 거시적인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국가유공자의 삶이 현재의 우리 사회와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과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가족, 국가유공자를 위해 작은 땅 하나 내어주지 않는 국가, 정장 위에서 홀로 생기를 잃어가는 오래된 훈장 사이에서 어느 자리에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을까.

02.
극 중 영춘은 전형적인 인물이다. 가족과의 소통은커녕 자신의 과거에만 파묻혀 사는 인물. 전쟁에 참여했던 과거를 자신 인생의 가장 큰 영광과 상처로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니 그 배경 또한 짐작할만하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위해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날에도 그는 딱 그대로 움직인다. 아침 일찍부터 욕실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감고 전날 세탁소에 맡겨둔 양복을 비닐도 벗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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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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