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134편 - 2023년 "펜타곤의 동맹국 도청 사건"에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동맹국인 미국을 믿을 수 있는가?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5/14
학원물 영화를 보면 그 학교의 짱이 다른 학교의 짱과 맞짱을 뜨기도 하고 패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학교에 짱과 버금갈 정도의 실력자가 전학이라도 오면 학교에서 자기보다 힘이 약한 학생들을 단속하기 위해 그 아이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주어 알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하고 직접 버금가는 전학생과 맞짱을 겨루어 힘으로 복속시키기도 한다. 물론 전학생이 생각보다 실력이 대단해 짱을 때려 눕히며 그 학교의 새로운 짱으로 등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여러분의 학창시절 때, 한 주먹 좀 하셨던가, 아니면 짱 밑에서 삥 좀 뜯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려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되실 것이다.
사진 : 미 국방부 펜타곤 전경, 사진출처 : By Natasha Bertrand and Kylie Atwood, CNN

이와 같은 철없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고 있는 10대 학생들이나, 작금의 국제 정치는 다를게 거의 없다. 그 유치 찬란함은 학교라는 세계의 짱인 미국이 전학생인 러시아와 중국의 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나토와 기타 동맹국들을 상대로 단속에 나선 것이 바로 이러한 "펜타곤의 동맹국 도청 사건"이라 볼 수 있겠다. 펜타곤 기밀문건을 분석한 BBC는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건은 정보기관이 수집한 신호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안보 당국자 간 민감한 대화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었다. 한국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압박과 전쟁 중인 국가의 무장을 돕지 않겠다는 국가 정책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문건에 따르면 한 당국자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신 폴란드에 포탄을 보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작년 11월 풍산이 생산한 포탄 10만 발이 미국으로 수출됐고 한화,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폴란드를 상대로 각각 거액의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지원국인 폴란드와 미국이 무기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의 신무기를 한국 등에서 다시 사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유력하다. 더불어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포탄 재고가 부족한 미국에 대여 방식으로 포탄 수십만 발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도·감청 문건에 등장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우회 지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다만 문건에서는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반감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꺼리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과의 재보급 협의 때도 미국이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보내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장 견지도 이번달 말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고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나토의 무기 재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냄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 중 그나마 가장 안정된 무기 재고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각 국가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말 뿐이고 전방위적 압박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모든 나라들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이 말에 뼈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이라는 것은 만약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안보 위기를 겪을 때는 미국이 책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견지한 것이다. "너희들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준거니 우리더러 어쩌라는 것이냐?"며 팔짱 끼고 지켜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어떠한 무언의 압박이나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살상 무기 지원은 어떤 경우에도 하면 안 된다. 이는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안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미사일 계속 쏘고 있는데다, 중공이 지난 2월 25일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인 ‘DF-27’을 실험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밀 문건 관련 보도에 의하면 DF-27은 2,100km를 12분 동안 비행했다고 한다. 이 실험적인 미사일이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확률이 높다"고 까지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과 중공의 안보 위협 때문에 살상 무기 지원을 할 수 없다고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 표 뒤집기로만 "북풍"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도 "북풍"을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휴전 상태에 표면적으로 아직도 전쟁 중인 우리는 북한을 막기에도 여념이 없다며 양해를 구하면 이해 못할 나라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만약에 미국에게 넘어가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원을 한다면 러시아와의 단교는 물론이고 러시아에 남아 있는 우리 기업과 교민들이 추방될 수도 있다. 거기에 재산 손실은 어마어마할 것이며 중앙아시아 시장도 연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안보적인 부분에서 제어 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에 있다. 그나마 우리와의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한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북한에 무기 지원과 기술 전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거기에 핵이라도 싣고 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요격도 불가능한데 거기에 소형 핵탄두를 탑제한 상태에서 우리 땅에 떨어지는 순간 대책없이 당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 군 실태로 북한과 싸워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러시아나 중공의 무기 지원을 받고 북한이 쳐들어온다면 우리는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나토군의 병기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무기 보유고에 탄약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우리에게 손 벌리고 있는 입장인데 미국이 과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한미상호조약에 의해 미군이 직접 참전해 도와줄 수 있다고 치자! 최근 미군이 하는 행위들을 보면 미군이 우리를 돕기 위해 6.25 때처럼 참전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어제 내가 포스팅 했듯이 미국 시민들은 그간 미국이 각 분쟁 지역에 참여하여 자국 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껴온 것도 사실이다. 주한 미군이 어느 정도 같이 싸워주겠지만 몰리면 베트남 전쟁 때, 프리퀀드 윈드 사이공 탈출 작전이나, 아프가니스탄 탈출 작전 때처럼 철수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토 국가들은 여력이 없다. 지금은 6.25가 벌어졌던 그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1950년에는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연합해서 공동으로 극복해가자는 목표의식이라도 있어서 유엔군의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지금 가장 위험하고 아찔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주권국가로써 외교적 지혜를 짜내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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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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