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는 미래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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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이 지속가능한 미래농업이 되려면

집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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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은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 인간 문명이 발전하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문장이다. 실제로, 인간의 역사 속에서 자연은 항상 문명화에 희생됐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화 같은 고대 문명 지역이 그 증거다. 이들 지역 상당수는 오늘날 사막화됐다. 현대에 발생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역시 환경 파괴의 극단적인 예로, 대규모 생태계 파괴와 오염을 초래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일도 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됐음에도, 다시 인간의 손이 닿지 않게 되자 자연이 스스로 복원되는 경이로운 현상도 발견된 것이다. 체르노빌의 출입 통제 구역과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에 멸종 위기 동물이 서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간이 없는 자연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인간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의 자정 능력은 매우 강력하지만, 인간이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한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까다로운 고추냉이가 사시사철 자라는 건물

대전시 외곽에는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별 다른 외부 장식이 없는 이 건물에서는, 실은 대단히 특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천장까지 닿을 만큼 겹겹이 쌓아 올린 선반 위에 플라스틱 용기가 놓여 있고, 그 안에 고추냉이가 담긴 채 인공조명 아래에서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고추냉이는 일식 요리에 곁들이는 소스로 쓰이는데 독특한 생태에서 자라기 때문에 재배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여름 한철 계곡의 서늘한 곳에서 소량 재배된다 (그림 1).
 
그런데 이 까다로운 고추냉이가, 이 건물에서는 바깥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당히 넓은 실내를 가득 채우며 자라고 있다. 선반에서 채취한 고추냉이의 뿌리를 으깨어 맛을 보면, 특유의 맛과 향미를 즉시 느낄 수 있다. 고소득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스마트팜’의 모습이다.
[그림 1] 고소득 작물이지만 재배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추냉이. 하지만 농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스마트팜에서는 사시사철 재배가 가능하다. 신인철


스마트팜: 지속 가능한 농업 혁신

스마트팜은 농업 분야의 혁신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팜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작물 재배 환경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농업 방식이다. 전통 농업의 자원 낭비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스마트팜은 온도, 습도, 조명, 토양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작물의 최적 생장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원 사용량은 줄일 수 있다. 스마트팜은 작물에게 최적의 생장조건을 제공하므로, 작물이 옥외에서 강한 햇볕과 바람에 노출돼 과도한 물을 흡수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덕분에 최소한의 수분 공급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스마트팜에서는 보통 토양을 사용하지 않고 ‘양액(영양분을 녹인 물. 배양액)’이라 불리는 액체를 이용해 수경재배를 한다. 작물의 뿌리에 양액을 간헐적으로 분무하는 기법을 사용하면, 농지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물을 90% 이상 덜 사용할 수 있다. 분무하지 않고 뿌리를 양액에 담가 재배하는 수경재배의 경우에는 다 흡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20~30%의 양액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시 순환해 사용하는 순환 재배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빗물을 사용하는 친환경 순환 재배 기술이나, 혹시 모를 미생물 감염을 막기 위한 소독 살균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스마트팜 내부는 청정하기 때문에, 옥외 재배와 달리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병충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스마트팜은 수직 농장(vertical far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경작지의 한계를 극복한다. 전통적인 평면 경작이 아닌, 고층 빌딩 내부에서 수직으로 작물을 재배해 한정된 면적에서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할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 내에서 농업을 할 수 있어 식량 생산의 지리적 제약을 없애고, 식품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노후한 빌딩을 철거하는 대신 수직 농장으로 전환시키면 도시 농업의 중심지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대도시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 향후 농업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2).

[그림 2] 스마트팜은 수직 농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경작지의 한계를 극복한다. 신인철


스마트팜 기술은 농업의 계절적 제약도 극복하게 해준다. 전통 농업에서는 계절에 따라 작물 생산이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스마트팜은 폐쇄된 환경이기 때문에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극단적인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어 기후변화에 의해 농업 생산성 하락도 막을 수 있다. 그 외에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식량 생산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밀한 제어로 농업과 환경에 기여

스마트팜에서 작물 재배에 필요한 모든 조건은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조절된다. 예를 들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동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며, 작물이 필요한 물과 영양소는 정밀하게 계산돼 공급된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은 작물의 최적 성장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극대화한다. 
 
양액 재배 기술은 토양 대신 영양 성분이 포함된 액체를 사용해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토양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작물의 생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한 인공광 기술은 태양광에 의존하지 않고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LED 조명은 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특정 파장의 빛을 제공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생장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스마트팜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태양광, 풍력, 지열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운영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미래에는 스마트팜 단지에 소형모듈원전(SMR)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경제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스마트팜 산업 어디까지 와 있나

스마트팜 산업은 ICT 산업의 농업 버전이다. 작물의 재배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어계측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인공조명은 LED가 기본이다. 무인 자동화를 목표로 하므로 이를 뒷받침할 로봇 기술도 필요하다.
 
한국은 작물재배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팜 관련 기술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팜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스마트팜을 제작해 수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팜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몇몇 선진국의 스마트팜 성공 사례를 참고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스프레드(Spread)사와 네덜란드의 첨단 온실 시스템은 스마트팜 기술이 농업에 어떻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보고서에서는 한국 스마트팜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이 스마트팜 산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해 스마트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수출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팜의 성장과 회복의 미래

스마트팜 산업은 재난이나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식량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식량안보지수가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현재 가용한 자원만으로는 이 문제를 타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스마트팜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최소한의 비용으로 식량안보지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인구 감소 등에 의한 지방 도시 쇠퇴를 해결할 대안도 될 수 있다. 기존 건물의 스마트팜 전환을 통해 도시 농업으로 재생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잠재력은 환경 회복에 있다. 현재 전 세계 농경지의 약 60%가 농약과 화학비료로 오염돼 있다.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된다면 이러한 경작지의 대부분을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다. 도시 내에서 고층 구조물을 통해 농업 생산을 해결한다면, 기존의 경작지를 자연 생태계로 복원할 수 있다. 이는 농업으로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스마트팜은 궁극적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게 해줄 것이다. 미래 농업의 중요한 혁신이자, 동시에 환경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가 될 것이다.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스마트팜 단지에서 펼쳐질 내일의 농업을 기대한다 (그림 3). 
[그림 3] 스마트팜은 농업으로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신인철


글·시리즈 기획  유장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장·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본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기술진흥기금으로 추진되어 사회적 가치 실현과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합니다. 

더 나은 지식기반 사회를 향한 과학자·전문가 단체입니다. 상호 교류를 통해 지식을 집산·축적하는 집단지혜를 추구합니다. alookso와 네이버를 통해 매주 신종 감염병, 기후위기, 탄소중립, 마이크로비옴을 상세 해설하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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