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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살리는 미래 농업
우리 식탁은 안전한가? 식량 안보를 위한 세 가지 제안
2024/08/13
한국의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20% 전후로 국가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의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39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6위와 25위다.
우리는 부족한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치면서 ‘돈만 있으면 식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현재 세계 인구 81억 명 가운데 약 8억 2000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영양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50년에는 인구가 97억 명에 이를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지금보다 1.6배 이상의 식량과 3~5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림 1).
기후위기 시대에 누가 어떻게 2050년 97억 인구를 책임질 수 있을까. 약 80%의 식량을 수입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한국의 식량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글로벌 대세인 유전자변형작물 개발 연구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또, 우리와 가장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의 식량 정책을 살펴보고, 국가 식량안보 수립을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지 제시해본다.
우리 식량 어쩌다 이 지경까지
식량 자급을 나타내는 지표로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 식량자급률(사료용 곡물 제외), 식량자주율, 칼로리자급률 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글로벌 수급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곡물자급률에 주안점을 둔다. 보건복지부는 식량(영양소) 섭취 기준으로 탄수화물(전분) 55~65%, 지방 15~30%, 단백질 7~20%를 권고하고 있다. 전분은 시설 재배에서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워 노지에서 생산해야 한다.
1970년 80.5%이던 곡물자급률은 2010년 27.6%, 2020년 20.2%로 대폭 감소했다. 주곡인 쌀도 2017년까지 약 100%를 유지해 오다가 2019년 92.1%, 2021년 84.6%로 크게 감소했다. 2022년에는 다시 104.8%로 상승했다. 쌀이 부족했을 때는 의무 수입량 약 41만 톤으로 부족분을 충당해 왔다. 쌀은 수입할 수 있지만, 의무 수입량 이상일 때 붙는 높은 관세(510%) 때문에 실제로 수입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의 쌀 생산 가격이 외국보다 몇 배 높다는 뜻이다.
만약 쌀이 다른 공산품처럼 완전히 개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농촌 인구 고령화와 농촌 지역 소멸까지 고려해 식량 안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 선진국의 기본 조건인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난 50년 사이에 어떤 이유로 곡물자급률이 추락했는지 심도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곡물자급률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소득 증가에 따른 육류 소비의 증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농지 훼손, 음식물 낭비를 들 수 있다. 1970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3 kg이었으나 2020년 53.7 kg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2022년에는 1인당 육류 소비량(58.3 kg)이 쌀 소비량(56.7 kg)을 추월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1 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용 곡물이 각각 7 kg, 4 kg, 3 kg이 필요하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가의 소득이 증가하면 육류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세계 식량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곡물자급률이 낮아진 두 번째 이유는 농지 감소다. 1970년 229.8만 ha였던 농지가 2021년 154.7만 ha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50년간 농지의 32.7%인 75.1만 ha가 산업단지, 택지, 도로 조성 등으로 사라진 셈이다. 현재도 도시화와 산업화로 매년 농지 면적의 1%에 해당하는 1만~2만 ha의 농지가 훼손되고 있다. 최근에도 농지와 임야를 훼손하면서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고 있으며,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산업단지 및 도로를 건설하면서 계속 농지를 훼손하고 있다.
식량 안보 확립 차원에서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당초 목적대로 농지를 위해 개발돼야 하며, 무엇을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심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3년 3월 정부는 국가첨단산업단지 15곳 후보지(3300 ha)를 발표했고, 연구개발(R&D) 특구를 만들 때는 지자체가 농지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게 했다. 농지는 특성상 비 농지로 바뀌면 농지로의 재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식량 영향평가를 시행해 더 이상의 농지 전용과 훼손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식량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농지의 훼손을 막는 ‘(가칭)식량영향평가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음식물 낭비도 식량자급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곡물의 80%를 수입하는 한국은 공급된 식량의 약 30%를 음식물쓰레기로 낭비하고 있다. 식량의 손실과 낭비는 저장, 가공, 유통, 소비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1만 5900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됐으며, 음식물쓰레기의 약 70%는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 낭비의 50%만 줄여도 전체 식량자급률의 상당 부분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아무 생각없이 음식물을 낭비하는 식습관을 고치지 않고서는 식량안보를 논할 수 없다.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식량생산은 선택 아닌 필수
식량위기 해결을 위해 전 세계는 공통적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식량생산 능력의 획기적인 진보를 추진하고 있다. 첨단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개발되는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은 크게 유전자변형(genetically modified, GM) 작물과 유전자교정(genome editing, GE) 작물이 있다. 유전자변형작물은 형질전환기술을 이용해 대상 작물에 외부 유전자를 도입한 것이며, 유전자교정작물은 해당 작물 세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염기서열을 바꿔 만든 것이다 (그림 2).
유전자변형작물이 본격적으로 상업적으로 재배된 것은 1996년 다국적기업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변형 콩과 해충 저항성 옥수수다. 2022년 유전자변형작물은 29개국 1억 9040만 ha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42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수입 곡물의 약 65%에 해당하는 1115만 톤(34억 6000만 달러, 4조 7200억 원)의 유전자변형작물을 수입하고 있다. 2016년 미국과학한림원은 지난 20년간 재배된 유전자변형작물의 논문을 분석해 인체와 환경에 대한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현재까지도 유전자변형작물이 인체와 환경에 미친 피해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없다. 유전자변형작물의 인체와 환경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나아가 유전자변형작물이 농약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려 농가 소득에 기여했다는 보고는 많다.
한국의 생명공학품종 개발 연구는 2001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촌진흥청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2001~2011), 농촌진흥청 주도의 바이오그린21사업(2001~2010),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2011~2020)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던 가운데 2017년 9월 1일 정부(농촌진흥청)는 반GMO전북도민행동과 5개항 합의문을 체결하면서, 유전자변형작물 상용화 연구를 중단하고 이 연구를 주도한 유전자변형작물 개발사업단을 해체했다. 2001년부터 많은 연구자와 국가 예산으로 진행하여 온 연구의 상용화 포기는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성장을 가로막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고, 연구자가 국가 정책을 믿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수행한 연구를 한가지 예를 소개한다 (BOX 1).
일본과 중국의 부러운 식량정책
한국과 식문화와 농업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의 식량 정책을 분석해 좋은 점은 적극 참고하고 나쁜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2020년 곡물자급률은 27%로 우리보다 7%p 높다. 해외 농업을 통해 들어오는 곡물까지 포함한 곡물자주율은 100%를 상회한다. 중국은 곡물자급률을 91%로 높게 유지하면서 곡물자주율도 10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곡물자주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식량 안보를 국가 최우선정책으로 삼으면서 철저한 농지 보존 뿐 아니라 곡물 비축도 중앙정부 12개월분, 지방정부 3개월분을 법제화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식량생산에 대한 사회수용성에서 한·중·일은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한국은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사회적 수용 거부로 아직 자체 개발한 유전자변형 작물이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고 있다.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인식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유전자변형작물 재배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2020년 일본 사나테크(Sanatech)사는 유전자교정기술로 스트레스 저항성 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 낮은 GABA양은 불안, 경련, 만성통증과 연관성이 있음) 함량을 증가시킨 유전자교정토마토를 개발해 상업적으로 시판하고 있다.
중국은 유전자변형작물 재배를 수용하고 있으며,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로 수용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2016년 2월 중국은 세계 3대 종자회사 ‘신젠타(Syngenta)’를 4300억 달러(587조 원)에 인수해 중국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종자 산업의 원천기술을 대량 확보했고, 쌀을 비롯해 콩, 옥수수 등 다양한 유전자변형/유전자교정 곡물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매우 크다. 유엔환경계획(UNEP, UN Environmental Program)의 음식물쓰레기지수보고서(2024)에 따르면 세계평균 1인당 음식쓰레기의 양은 79 kg이나 우리나라는 95 kg으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식량안보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1. 구속력 있고 예산이 뒷받침되는 ‘(가칭)식량안보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2007년 개정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하 기본법)’에 식량의 적정 자급 목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법은 지켜지지 않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장롱 속의 법’이 됐다. 이 법대로라면 2020년 곡물자급률은 32%가 돼야 하나, 실제는 20.2%였다. 2020년 곡물자주율은 의욕적으로 65%로 제시했으나 단 1%도 기여하지 못해 해외 농업은 거의 실패에 가깝다. 최근에는 아예 기본법에서 삭제하고 목표치도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기본법에서 식량 관련 부분을 분리해 별도의 예산과 구속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칭)식량안보특별법(특별법)’을 시급히 제정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바탕으로 강력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019년 6월 국회에서 ‘기후위기시대 “식량안보법” 제정 방안 모색’을 주제로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을 개최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입법화되지 못했다. 특별법에는 기후위기 시대 글로벌 식량 수급 상황을 심도 있게 예측해 국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재설정해야 한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한 인력 양성 방안과 R&D 예산 확보 방안, 농지 보존, 유사(비상)시 식량 수급(비축) 대책, 해외 농업 촉진 방안, 생명공학품종 육성 방안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2. 농업혁신기술을 이용해 생명공학품종을 적극 개발하고 실용화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식량확보를 위해서는 농업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생명공학작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농지가 부족한 우리는 기업이 해외 농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현지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기능성이 대폭 향상된 생명공학품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변형작물을 주로 수입하고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 협력해 현지에 잘 자라는 품종에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유전형질을 도입한 유전자변형작물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해외농업 R&D도 고려하면 좋겠다.
3. 국민 모두가 생존과 직결된 식량 안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야 한다.
식량 문제가 일단 발생하면 그 고통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만약 곡물을 실은 배가 2개월 이상 우리 항만에 도착하지 못하면 사료용 곡물 부족으로 가축과 반려동물부터 굶어야 할 것이다. 식량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차원이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 모두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식량수급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부가 올바른 식량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유권자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림 3).
국민 개개인은 식량 문제가 생존과 직결된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정당한 목소리를 내며, 음식물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정부와 지방정부는 식량 생산을 위해 농지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돼 있으나, 현실은 농지 전용과 훼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대안 없는 농지 훼손을 막아야 한다. 대기업을 포함한 식품 기업도 식량을 미래 산업으로 인식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농업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유장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장,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자원관리본부장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유장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장,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자원관리본부장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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