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8] 꽃과 나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3/04/05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박준 시 ‘생활과 예보’)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박준 시 ‘생활과 예보’)
#박상수 씨의 꽃
오래 기다린 고마운 비가 내립니다. 서울은 새벽에 많이 내렸고 지금도 계속 내리고 있네요.
비에 젖어 초록빛이 더욱 생기를 뿜는 샛강숲을 바라보며 편지를 씁니다.
오래 기다린 고마운 비가 내립니다. 서울은 새벽에 많이 내렸고 지금도 계속 내리고 있네요.
비에 젖어 초록빛이 더욱 생기를 뿜는 샛강숲을 바라보며 편지를 씁니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이 벌써 며칠 전부터 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이 절정을 이루었고,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자취를 감추어 바닥에만 분홍 꽃잎들이 쌓이거나 날리고 있네요. 올해는 여느 봄보다 벚꽃이 빨리 핀 해였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꽃잎들도 오늘 비에 다 떨어질 것 같아요.
지는 벚꽃에 아쉬워하며 “비 온다니 꽃 지겠다” 하고 중얼거리듯 말했을 박준 시인의 아버지 박상수 씨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시인의 늙은 아버지는 진종일 마루에 앉아서 가만히 밖을 바라보다가 꽃이 지는 일에 마음이 갔을 것입니다. 따스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말입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주위 분들에게도 벚꽃 나들이 오라고 말을 했습니다. 벚꽃 축제 기간이 9일까지이니 이번 주말까지 반갑게 손님들을 맞고 벚꽃과 샛강 구경을 시켜드릴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빨리 지고 말았으니 벚꽃 구경은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