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과 '버려진 것' - 숀 탠의 <Los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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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8/21
숀 탠, <잃어버린 것>

‘잃어버린 것’과 '버려진 것' - 숀 탠의 <Lost thing>
   
서두부터 입맛 떨어지는 예시를 들긴 했지만, 그 반대의 예시로, 다음을 살펴보자. 먼저 카프카의 단편 <가장의 근심>에 등장하는 존재 ‘오드라덱’이다. 오드라덱은 그 어떤 용도나, 욕망, 근심이나 목표도 없다. 그러나 존재한다. 오드라덱에 대해, 누군가는 이를 인간과 같은 선상에 두고 실존주의적 단상을 전개하는 데 사용한다. 누군가는 고양이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문명 전반이 마치 오드라덱처럼 느껴지지 않겠냐는 감상을 표하기도 한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작품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숀 탠의 <잃어버린 것>이다. 숀 탠은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2013년 아카데미 단편영화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있으니, 혹시 흥미가 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에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
   
황량한 도시, 해변에서 병뚜껑 줍기에 여념이 없는 ‘나’는 소라게 같기도, 주전자 같기도 한, 기계인지, 생명체인지도 불분명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여기서 확실한 건, ‘그것’은, 제자리가 아닌 곳에 ‘버려져’ 있다는 것뿐이다. ‘나’는 ‘버려진 것’인 ‘그것’과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원래 있을 곳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 광고에서 찾은 ‘버려진 것을 버리는’ 건물에 ‘그것’을 두려고 하지만, 진정 ‘그것’을 염려한다면 여기에 둬서는 안 된다는 청소부의 만류와 그가 준 단서를 통해 용도도,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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