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월호 10년 2 – “방송 제작 해 보셨어요?”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4/17
나의 세월호 10년 2 – “방송 제작 해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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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이라는 영어에 걸맞는 우리 단어는 뭘까 생각해 봤다. 잠깐 머리를 굴려 빈약한 한국어 보캐뷸러리를 대입해 보는데 가장 쉽고 가장 직관적인 단어는 ‘멘붕’ 같다. 아직 표준어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속어긴 하지만 ‘패닉’의 어감과 뜻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싶기 때문이다.  (개인적 느낌임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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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멘붕’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다. 호랑이 사장한테 깨진 부장이 “나가 봐.” 소리에 캐비넷 문을 열었다는 전설처럼, 평소에는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하기도 하고, 보통 때라면 바보라고 손가락질할 일을 거침없이 시전하기도 한다. 생존자가 배 안에서 보냈다는 문자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내게 쌍욕을 퍼부은 친구도 엄청난 멘붕 상태였다. 판단을 하자는 게 아니라 희망을 붙잡자는 것인데 그 희망에 찬물 끼얹으니 부아가 치민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 없는 희망만큼 헛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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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멘붕 상태에서 희망이 배신당할 때 사람들은 대개 체념보다는 분노를 택하고, 분노의 대상을 찾게 된다. 1차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송두리째 팽개치고 가장 먼저 배에서 탈출한 무책임한 선원들과 말 그래도 무능하고 무기력했던 해경이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게 단순히 무책임하고 무능한 못난이들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정말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수백 명이 수장됐단 말인가. 분노는 의문을 낳았고 의문은 분노에서 또 다른 빌미를 만들어냈다. 이 사고는 결코 간단한 사고가 아니다! 이 와중에서 불거진 어이없는 해프닝이 ‘세월호 7시 20분 표류설’이었다. 
   
사고 다음날 한 포털사이트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다. 구조 요청 시간이 8시 58분이 아니라 7시 20분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KBS의 <굿모닝 대한민국> 시청중 뉴스 속보로 인천에서 제주까지 가는 배가 구조 신호를 보냈다는 자막을 분명히 봤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도 믿기지 않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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