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6 구역 -할머니, 꽃보다 예쁘세요 윤주은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6/05
113-6 구역
-할머니, 꽃보다 예쁘세요
        윤주은

녹슨 철 대문 옆
무너진 담벼락 앞에
할머니 쪼그려 앉아
분꽃을 본다

새색시 분향을 맡듯
발그레 코끝을 대고 들이마시는
지난날의 시간

시집올 적
친정집 담벼락에 흐드러진 꽃을 보듯
눈가 촉촉이 적시며
보고 또 보고 또 보며
한나절이간다

쓰고 매운 시집살이마다
쓸고닦고 가꾸었던화단

눈물 한바가지 식은 땀 한 바가지로 피운 꽃밭에
제묶 다한 생 이제 편히 뉘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육신만큼 낡은 집새로 짓는다며
철거, 붉은 딱지에
남은 생은 갈곳잃고

할머니 분꽃을 바라본다
철거반발길에부러진
분꽃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분꽃이 흔들린다
바람이 불었던가
그 바람에 앙상한 어깨 흔들렸던가

#113-6 구역
#할머니, 꽃보다 예쁘세요
        #윤주은

#이윤희 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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