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죽어가는 생명들, 어쩌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

산성비
산성비 ·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이다.
2023/06/18
집 근처에 위치한 왕복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교통의 원활을 기하기 위하여 자동차 이외 사람, 자전거, 경운기 등이 통행할 수 없도록 도로관리청이 지정한 일정한 구간의 도로를 말한다.)는 최저 제한 속도가 존재하여 평균 80km 속력으로 많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가 많은 만큼 도로 위에 떨어져 있는 운반물이나 쓰레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평소처럼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고 있었는데 저 멀리 중앙분리대 근처에 크기가 크지 않은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차라리 트럭에서 떨어진 천막 쪼가리이길 바랐다. 프로 로드킬 신고자에게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하는 건 참, 익숙해지지 않는 무겁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어쩌면, 죽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죽음이라는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게. 내가 말했던, 신고했던 죽음들이 전화 1건, 2건, 3건…으로만 남게 된다는 게. 고양이, 고양이, 강아지, 고라니, 강아지, 고양이, 고라니…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곤 자동차 바퀴에 갈려 형체조차 알 수 없게 되기 전에 어서 치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고 전화를 하고 빨리 처리되길 기다리는 일이다. 이 마음이 죄책감인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작게 읊조려본다. 제발 오늘은 신고 전화를 할 일이 없게 해달라고. 
   
‘로드킬이라 불리는 동물 찻길 사고는 야생동물이 죽거나 다치는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생물 다양성 손실, 경제적 손실, 운전자의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위협하여 로드킬 저감 방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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